딸기가 보는 세상

갈피 못잡는 나토, 거기에 한국이 왜 거론되는지

딸기21 2006. 11. 2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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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절 옛 소련권 국가들에 대항해 만들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탈냉전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채 확대와 변신의 기로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미국은 아예 나토를 확대,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하는 `세계안보기구'로 만든다는 구상이지만 유럽국들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급하다면서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십' 구상

나토 정상회담이 28일 동유럽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나토 26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정상회담이 옛 소련권 국가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반세기 전 소련 중심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창설된 나토가 옛 소련 영토에서 열린다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첫날인 28일 회원국들은 나토군 병력이 파견돼 있는 아프가니스탄 치안 상황을 집중 논의하고 병력지원 확대 방안 등을 다룰 계획이다.
다음날엔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나토 확대를 제창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이날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우방 3국과 유럽 내 나토 비회원국인 스웨덴, 핀란드 등으로 나토의 협력관계를 확대할 것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는 1999년과 2002년 동유럽 국가들을 받아들여 두 차례 조직 확대를 이룬 바 있고, 크로아티아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등 발칸반도 국가들을 받아들여 다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름에는 `대서양'이 들어가 있지만 지역과 관계없이 중앙아시아나 북아프리카, 중동 국가들과도 별도의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다.
미국의 구상은 여기에 한국 등 5개국을 더해 나토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안보기구'로 만든다는 것. 이 계획이 추인될 경우 나토는 이란, 북한 등 미국이 지목한 일부 `불량국가들'을 제외하고 유라시아와 북미, 오세아니아에 걸쳐 세계 대부분 지역을 포괄하는 거대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나토의 역할을 `군사적 안보'에서 확대해 사이버테러 대응 등으로까지 넓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냉랭한 유럽

그러나 미국의 제안을 둘러싼 유럽 측 반응은 싸늘하다. 로이터통신은 개막 전날 기사에서 "유럽은 미국의 제안에 엄지손가락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AFP통신은 "유럽은 중간선거 패배로 좀더 온순해졌을 부시대통령을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의 파워가 그다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가에서 만난 부시와 시라크-- 사실 둘이 별로 친하진 않잖아? /AFP

영국은 미국이 제안할 예정인 나토 전략문서 `정치 지침'을 찬성하고 나서겠지만 프랑스는 반대 입장을 미리 밝히고 나섰다. 프랑스는 나토가 어디까지나 `유럽의 방위기구'임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군사공동체 계획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냉전 이후 미국 우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독일, 스페인 등과 함께 `유럽통합군(유로군단·EUROCORPS)' 창설을 주도했었다. 외신들은 미·영 진영과 프랑스 등 유럽국들 간에 `한국 등을 나토 회의에 초청하는 선에서' 알맹이 없는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와 나토의 관계도 전략적 협력이냐, 대립이냐 사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애매하게 끝날 공산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천연가스를 무기로 유럽을 위협하는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겨냥한 문서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아프간

유럽의 관심은 온통 아프간에 쏠려 있다. 미국 쪽에서는 이번 회의가 나토의 변신을 다룰 회의가 되길 희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프간 회담'이 될 공산이 크다. 나토는 현재 아프간에 국제치안지원군(ISAF) 이름으로 3만1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해놓고 있다.
나토군은 지난 7월 미군으로부터 남부 칸다하르의 치안권을 이양받음으로써 사실상 아프간 전역의 치안을 책임지는 입장이 됐다. 아프간은 미국을 뺀 나토, 즉 통합된 유럽의 독자적 군사능력을 가늠케 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험에서 유럽측 `성적'은 좋지 못하다. 아프간 치안이 향상되기는커녕 탈레반의 대공세 때문에 나토군은 사실상 아프간 곳곳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고 인력손실도 커지고 있다. 27일에도 칸다하르에서 나토군 2명이 폭탄공격에 숨지는 등, 아프간에서 사망한 나토군은 200명을 넘어섰다.
나토군 사령부는 유럽국들에 병력 증파를 누차 호소했지만 각국은 추가 파병을 꺼리고 있다. 유럽국들이 아프간 이슈에서 회원국 간 분열을 씻고 세계안보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글로벌 안보기구' 구상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 나토 정상회담 열리는 라트비아

독립: 1991.8.21
면적: 6만4000㎢
인구: 227만명
평균기대수명: 71.33세
민족: 라트비아계(57.7%), 러시아계(29.6%), 벨로루시계(4.1%), 기타
종교: 루터파 기독교, 가톨릭, 러시아정교, 기타
언어: 공식언어 라트비아어(58.2%), 러시아어(37.5%), 기타
문자해독률: 99.8%
1인당 GDP(구매력기준): 13700달러(2005년)
실질GDP성장률: 10.2%(2005년)
주요산업: 자동차 기계 전자 섬유 제약



Latvian security forces guard the centre of the city of Riga
prior to the beginning of a NATO summit, November 28, 2006. / REUTERS



People pass by an Armoured Personnel Carrier (APC) in the centre of the city
of Riga prior to the beginning of a NATO summit, November 28, 2006. / REUTERS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이 열리는 라트비아 리가는 처음 치러보는 대규모 손님맞이에 한껏 들떠있다. BBC방송은 27일 나라를 세계에 알릴 기회를 맞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리가의 풍경을 전했다.
라트비아는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 동유럽 발트해에 면한 작은 나라 라트비아는 에스토니아, 러시아, 벨로루시,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과거 이곳은 옛 소련의 핵무기가 가장 먼저 배치됐던 곳으로, 소련이 `동-서 전쟁'에 대비해 유럽을 공격하기 위한 미사일 기지로 삼았던 지역이었다.
독립 뒤 옛 소련에서 벗어난 다른 나라들이 빈곤과 내전, 정정불안에 시달린 것과 달리 라트비아는 비교적 안정되게 체제변화를 이뤘고, 경제에서도 착실한 성장을 계속해왔다. 북위 57도, 긴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추운 기후에 변변한 지하자원도 없지만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에 적응해나갔다.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때 잠시 휘청한 뒤로는 교역 상대를 유럽 쪽으로 바꿨으며 자동차 부품과 제네릭 약품(카피약) 생산 등 `틈새'를 노려 경쟁력을 키웠다.
실업률은 7.5%로 낮은 수준이며 작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2%로 세계에서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유럽연합(EU)과 나토에 잇달아 가입, 국제사회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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