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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유대인의 친구?

딸기21 2006. 9. 2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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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외교무대 전면에 나서고 있다.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을 계기로 군사활동도 강화하는 추세다. 이미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들 옆에 한 자리를 꿰찬 독일의 행보에 주변 유럽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레바논으로 향하고 있는 독일 해군의 프리깃함 2척과 군용헬기, 순양함 등이 다음달 2일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의 리마솔항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27일 보도했다. 1500명에 이르는 독일 해군은 지난 21일 빌렘스하펜을 출발했으며 키프로스에서 유엔 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 합류할 예정이다.

1990년대 이후 독일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유엔의 평화유지군에 포함돼 해외에 나간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레바논 파병의 경우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 이번 파병 규모는 2차대전 이래 독일군의 해외활동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명분은 레바논 정국 안정을 돕고 헤즈볼라 게릴라들의 무기 밀매를 막는다는 것이지만 중동 문제에까지 독일이 적극 나선데 대해 주변 유럽국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통일 전 서독 군대는 나토군에 소속돼 유럽 내에서만 활동했다. 그러다가 1992년 헬무트 콜 당시 총리가 캄보디아 유엔평화유지군에 독일군을 파병, 유럽을 넘어섬으로써 해외군사활동의 금기를 깼다. 1년 뒤 독일군인들은 소말리아에서 군벌들과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 됐다. 1999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토네이도 폭격기를 세르비아에 보내 나토군의 코소보 전투에 참여시켰다. 독일 내에서도 여론의 반발이 있었으나 독일 정부는 한발한발 군사활동의 상한선을 올려왔던 것이다.

독일의 이번 레바논 파병은 이스라엘이 원한 것이기도 하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 평화유지군 배치를 거부하다가 독일이 주축이 되겠다고 하자 냉큼 찬성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연방하원 연설에서 "독일은 독특한 책임을 갖고 있으며 과거의 교훈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 외교관들도 인정하듯, 독일군이 다른 유럽국 지상군과 공동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수 있음을 감안해 해군을 파병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언론 슈피겔은 "이스라엘 국경에서 독일군인들이 이스라엘인들을 지켜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측은 레바논 파병이 `과거를 씻는 행위'를 상징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이 경제를 넘어 군사적 파워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레바논 파병 앞두고 연방하원 연설에서 "10년전에는 아무도 우리가 유럽을 넘어 중동에까지 파병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독일은 유럽 각국에서 반대에 부딪친 유럽헌법을 지키고자 애쓰는 통합의 주축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이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달리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새로운 지도자로 강력히 부상하고 있다. 독일은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한 자리에 앉아 이란 핵 협상에 참여함으로써 이미 중동 외교에 발을 들였다. 베를린에서는 27일에도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와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협상 대표 간 회담이 열렸다.

독일 내부의 시각은 복잡해 보인다. 최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슬람 지하드 비난 발언 파문에 이어 27일에는 베를린의 도이체오퍼 극장이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 모독 소지가 있는 오페라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켈 총리가 "공포에 의한 자기검열"이라며 극장 측을 비판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 나치 홀로코스트(대학살)의 그림자는 아직도 유럽 유대인사회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독일의 유대인 학살과 이후 이스라엘의 건국, 그로인한 아랍국들의 피해의식 등 과거사가 복잡하게 꼬여 있는 상황이다. 콘라트 아데나워 독일총리가 1950년대 이스라엘에 사과와 배상 등을 한 이래 독일은 이스라엘의 맹방이었다. 다른 유럽국들이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때에도 독일은 오히려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아랍국들은 극단적인 반유대주의와 친이스라엘 정책 사이를 오간 지난세기 독일의 외교정책에 대해 여전히 혼란스러운 감정을 갖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전임자들보다 훨씬 더 친이스라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독일은 이란 핵협상 파트너이고 전통적으로 이란이 대화 문을 열어온 상대였는데, 메르켈총리 집권 뒤 이란과의 대화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는 것. 사회당 당수인 오스카 라폰테인 등 좌파 정치인들은 "이러다간 독일이 테러공격목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독일이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독일 내에서나 유럽 다른나라들에서나 아직도 논란이 존재한다"며 "어찌됐든 독일의 행보는 중동의 평화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야심? 유럽의 의심? (2006.10)

통일 이후 유럽의 경제대국이자 맹주로 자리를 굳힌 독일이 군사적으로도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세기를 평화와 통합으로 맞길 원하는 유럽국들은 편치 않은 시선으로 독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은 독일이 군사부문 구조개혁안을 채택, 1945년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24일 보도했다. 133쪽 분량의 보고서로 정리된 군 구조개혁안의 핵심은 독일 연방군의 해외활동을 강화한다는 것. 이번 계획이 채택된다면 독일군은 동시에 최대 5개 지역에서, 1만4000명의 병력을 내보내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보고서는 "국가의 규모와 인구, 경제력, 지정학적 위치 등을 감안할 때 통일 독일은 유럽과 그 이외 지역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파병 가능한 병력 규모와 가능 지역을 확대하고, 특히 나토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해외 활동을 벌일 수 있게 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월, 레바논 파병을 앞둔 독일 군인들. /로이터


현재 독일 연방군은 징집병 5만 명을 포함해 병력 25만 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9000명은 아프가니스탄과 옛 유고연방 지역의 코소보,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DRC) 등지에 파병돼 평화유지활동을 벌이고 있다. 단독 파병은 아니며, 유엔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다국적군 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형태로 활동이 제한돼 있다. 


독일군의 해외 역할이 공세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이스라엘의 요청을 받아들여 레바논 지역에 군대를 보내면서부터다. 지중해에 함대를 파견해 이집트 등지에서 레바논에 밀반입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무기 수송을 막는 것이 독일군 임무가 됐고, 레바논 내 지상군의 평화유지 활동도 독일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옛 서독군은 2차대전 이래 동독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과의 경계선을 지키는 국경수비 임무에 치중해왔다. 1994년 군 구조개혁이 시도됐으나 국경수비와 방어에 치중한다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취임한 뒤로 해외활동 강화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방부 내부 논의를 총정리한 것으로, 독일의 새로운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옛 히틀러 정권의 악명 높은 `베어마흐트'(국방군) 사령부로 쓰였던 벤들러블록에서 25일 각료회의를 열고 보고서를 검토,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 유럽인들에게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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