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복지국가여 안녕... 흔들리는 스웨덴

딸기21 2006. 9. 1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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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스웨덴이 흔들리고 있다.


오는 17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스웨덴의 좌파와 우파가 운명을 건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른바 `스웨덴 모델'이 도입된 이래 74년 동안 무려 65년을 집권해온 좌파 연합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스웨덴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파고 속에서 다시 사민주의의 보루로 남게 된다. 그러나 우파 연합이 승리를 거둔다면 20세기 서유럽을 풍미했던 사민주의 복지국가 모델은 사실상 끝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BBC방송 등 유럽 각국 언론들은 선거의 향방을 주시하며 복지국가의 스폿라이트 뒤에 가려진 스웨덴의 경제 현실을 집중 분석하는 기사들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흔들리는 좌파정권


현재 스웨덴의 여론은 집권 중도좌파 지지와 야당 우파연합 지지로 양분돼 있다. 양측의 지지율은 박빙의 차이로 연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실시한 지난 8일의 조사에서는 프레드릭 레인펠트(55) 중도당 당수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49.9%의 지지를 얻어 예란 페르손(57)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 중심의 좌파연합 지지율 46.4%보다 앞섰다. 이틀 뒤인 10일 조사에서는 좌파연합이 48.1%로 우파연합 47.4%를 누르고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올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측 지지율은 45∼50% 사이에서 자리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치러진 총선에서 사민당과 좌익당, 녹색당 3당으로 이뤄진 좌파연합은 전체 349개 의석 중 181석을 차지했다. 중도당, 기독민주당 등 4개 정당으로 구성된 우파연합의 의석은 총 158석. 워낙 지지율 차이가 적어 우파연합이 집권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몇 년 새 우파의 지지율은 계속 올라갔다. 현지 언론들은 야당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사민당 정권에 질린 유권자들이 많아지면서 뚜렷한 대안도 없는 우파들이 상대적 이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릭손 신화 뒤에는 높은 실업률


올 상반기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5.6%로 선진국들 중에서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이미 스웨덴의 황금기는 끝났다"고 지적한다. 스웨덴의 경제 체질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약화됐고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스웨덴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내 4위의 부국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는 16위로 추락했고, 아직 상위그룹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핵심 이슈는 실업률이다. 스웨덴 정부는 실업률이 6.8%라고 주장하지만 `공식' 실업률에는 장기휴직자들과 직업교육 참가자들 등이 반영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는 "스웨덴 정부는 실업률을 후려깎는 데에는 세계 챔피언"이라고 비꼬았다. 올초 매킨지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실제 실업률은 15∼1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실제 실업률은 25%에 이른다"며 정부를 맹공격하고 있다.

에릭슨, 이케아, 볼보 등 스웨덴이 자랑하는 기업들은 수십년째 명성을 구가하고 있지만 스웨덴의 50대 기업 중 1970년 이후 세워진 것은 1개에 불과하다.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이들은 세금이 높고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산적한 문제들, 굼뜬 정부


경제문제 외에도 사민당 장기집권이 낳은 `작은' 부작용들이 쌓여 지지자들 상당수를 등돌리게 만들었다. 비판론자들은 사민당 내부의 연고주의와 오만함, 관료주의 등을 공격한다. 페르손 총리는 벌써 3차례 총리직을 맡고 있는 노련한 정치인이지만 2003년 유로화 가입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위신이 떨어졌다. 2년 전 동남아시아 쓰나미 참사 때에는 자국민 54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늑장 대응을 해 비난을 받았다.

연금제도는 또다른 쟁점. 노후연금을 받을 나이가 되지 않은 16∼64세 국민 약 55만명이 조기퇴직연금을 받고 있는데, 최근 야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금수령자 중 1만2000명은 24세도 되지 않은 젊은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불안과 맞물려 관대한 이민정책에 대한 반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민자가 전체 인구의 10%에 이를 정도로 많아지면서 인종·종교 차이를 용인해온 백인사회의 분위기가 보수화된 것도 우파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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