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알카에다의 손익 계산서

딸기21 2006. 9. 1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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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참사 뒤 5년 동안 미국은 두 차례 전쟁을 일으켰지만 테러와의 전쟁 결과는 `실패'로 기울어지고 있다. 알카에다의 대차대조표는 어떨까?
이집트와 미국, 영국의 정치분석가들이 알카에다가 1990년대 공개적으로 내세웠던 목표 5가지를 놓고 성패 여부를 분석했다. 지구촌을 테러공포로 몰아넣으며 세게에 혼란을 불러오고 좌절한 무슬림 청년들을 자폭 대열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알카에다 스스로가 내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모두 실패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미국의 대테러전쟁이 테러를 없애는데 실패했듯 절망의 산물인 테러리즘 자체도 결국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알카에다의 목표는 ▲오사마 빈라덴의 고국이자 아랍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다른 모든 이슬람국가에서도 외국군을 몰아내며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예루살렘 통치권을 확보하는 것 ▲아랍의 부패한 독재정권들을 전복시키고 ▲이슬람 근본주의의 지배를 받는 칼리프국가(이슬람왕국)를 세우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집트 카이로 알 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의 정치분석가 하니 슈크랄라,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라이언 젠킨스 연구원, 영국 런던 아시아태평양재단의 MJ 고헬 이사장 등 전문가들은 11일자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인터뷰를 통해 알카에다가 내세운 5대 목표를 뜯어봤다.

그 결과 `이데올로기 선전에는 성공했지만 실질적인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1년 4500명에 이르렀던 사우디 주둔 미군은 잇단 테러공격과 아프간, 이라크전쟁 투입 등으로 현재 500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웃한 이라크에는 미군 14만명이 주둔하고 있어, `무슬림 땅에서 외국군대를 몰아내는'데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핍박에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이스라엘은 건재하다. 중동 정국은 오히려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슈크랄라 연구원은 "중동 각국에서 테러범들이 활개치게 만든 것으로 알카에다의 1차적 목표는 달성된 것일수도 있다"며 "미국 스스로 `문명 충돌' 이데올로기에 빠지게 만든 것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정치적 아젠다를 자기들 뜻대로 설정하는데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랍국들에서 온건파와 세속주의자들의 입지가 좁아져, 친미독재정권을 몰아내고 중동 민주화를 촉진하는데에는 오히려 장애가 됐다고 말했다. 젠킨스 연구원은 알카에다가 무슬림 사회 내 반미정서가 올라가 상대적인 이득을 취하긴 했으나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붕괴돼 본거지가 사라지고 조직력이 약화됨으로써 큰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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