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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배경

딸기21 2006. 7. 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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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고질적으로 반복됐던 갈등에서 촉발됐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격변을 맞고 있는 중동 전체의 세력구도와 연관돼 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 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기존 `친미 연대' 대신 중동에 이란을 중심으로 한 반미 `시아 벨트'라 형성되면서 일어난 분쟁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대리로 내세워 미국과 이란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중동의 질서재편 계기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분쟁의 시작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권을 치기 위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하마스가 아닌 레바논 헤즈볼라의 반격을 샀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 말부터 레바논 남부에서 반이스라엘 투쟁을 벌인 헤즈볼라를 매년 정기적으로 공습, 무력화하는 작전을 벌여왔다. 명분은 헤즈볼라가 이-팔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 이번에는 명분이 조금 달라졌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악의 축'으로 찍힌 이란과 시리아를 거론하며 헤즈볼라가 그들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주장이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이라크전 뒤 이란과 시리아를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테러 연계'를 들고 나온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레바논 전 총리 암살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받고 있는 시리아는 "이란이 국경을 넘어서면 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항전을 선언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집권 이래 번번이 미국과 맞대결하고 있는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미리부터 경고했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번 분쟁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내세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후세인 대신 이란'?


2003년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중동 정치분석가들은 `이란의 시대'가 올 것임을 예고하며 미국의 지나치게 대담한 행보에 우려 섞인 시선들을 보냈다. 걸프전 이전까지 중동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이란 시아파 근본주의의 중동지역 확산을 막아주는 방패 노릇을 했던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이란이 오랜 침묵을 깨고 일어날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라크에는 `민주 선거'를 통해 친이란계 시아파 정권이 들어섰고, 이란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전세계 무슬림의 대다수는 수니파이지만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에서는 시아파가 우세하다. 미들이스트타임스 등 중동 언론들은 이란을 필두로 이라크-시리아-레바논을 잇는 시아파 벨트가 형성돼 아랍의 친미 왕국들과 전선을 그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이는 곧 현실화됐다. 중동에서 반미국가들의 연대가 형성된 것은 역설적이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강도 높은 중동 질서재편 전략 때문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존 `맹주'들의 약화


또 하나의 역설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중동민주화 구상'에서 생겨났다. 미국은 이라크 후세인 정권 뿐 아니라 중동의 `비민주적인 정권들'을 민주화시키고 시장경제를 도입하게끔 압력을 가해왔다. 민주선거의 결과는 미국 입장에서는 참담한 것이었다. 레바논에서는 백향목 혁명으로 시리아가 철군하는 효과를 거뒀으나 팔레스타인에서는 하마스가 집권했다. 이라크는 시아파 손에 떨어졌다. 

가장 큰 후폭풍을 예고하는 것은 사우디와 이집트의 상황이다.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각각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키려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중동 민주화'에 가장 역행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반미·민주화 여론에 부딪친 두 나라의 정권은 미국의 민주화 압력과 국민 정서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이란이 치고 올라오는 사이 역내 영향력도 떨어졌다.

전통적으로 `중동 분쟁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이-팔 정상을 휴양지로 불러 회담을 열었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놓고 양비론을 내세우다가 23일 "휴전을 위해 미국이 나서라"고 떠넘겼다.


중동 질서 바뀌나


미국 뉴욕타임스는 레바논을 무대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충돌은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력 재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래 이란을 비롯한 이슬람권 곳곳에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사진이 거리에 깔렸고, 반미·반이스라엘 파도가 다시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이 이란의 영향력 확대로 귀결될지, 미국의 의도대로 `헤즈볼라 붕괴-시리아 영향력 축소-이란의 고립'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은 직접대화를 피하면서 우선 시리아와 레바논을 분리해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노리는 것은 결국 이란이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아를 이란으로부터 떼어놓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사우디와 이집트를 끌어들여 시리아를 설득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의도가 관철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며, 오히려 사우디와 이집트의 독재정권에 `반 민주화'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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