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더니.

딸기21 2002. 10. 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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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

이라크 경제가 딱 그렇다. 바그다드 중심의 사둔 거리에는 상점들이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바그다드의 시장들은 보통 오후 5시면 문을 닫지만 전자제품과 의류, 시계 따위를 파는 사둔의 상점가는 예외였다. 가게에서 파는 상품들은 볼품 없었고 물건을 사가는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고화질TV와 LCD 전화기, 보석류 같은 '사치품'들도 종종 눈에 띄었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는 불편이 없어 보였다.

잇단 전쟁과 오랜 금수조치 속에서도 이 정도의 경제를 유지하는 바탕은 물론 석유다. 한때 식량과 약품이 모자라 아이들이 죽어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96년부터 유엔의 '석유-식량 교환계획'이 실시된 뒤로 해마다 100억 달러 어치가 넘는 원유를 수출하면서 '굶어죽는다'는 말은 이라크 정부의 엄살이 됐다.
수출대금은 유엔의 승인에 따라 집행되는데, 25%는 전쟁배상금으로 들어가고 13%는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 전달되며 3%는 유엔 관리비용으로 쓰인다(씁쓸한 얘기지만, 유엔 직원들 월급을 유엔이 내지 않고 주재국 정부가 내는 유일한 곳이 이라크다. 유엔의 권한이 크다보니 그런 일이 다 생긴다). 그 나머지가 식량, 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 구매에 쓰인다.
달러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도 최근 2년간 달러당 2000디나르 선에서 안정돼 있다. KOTRA 바그다드무역관의 정종래관장은 "봉쇄와 전쟁 위협 속에서도 암시장이 없는 나라가 바로 이라크"라면서 "일부 부유층들은 여전히 미제와 일제, 유럽제 상품만을 찾는다"고 전했다.

70년대 오일붐 시절 만들어놓은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는 아랍권에서 여전히 가장 훌륭한 수준이지만 걸프전 때 발전·통신시설이 많이 파괴된 탓에 전력과 통신사정은 좋지 않았다. 수도인 바그다드에서도 매일 2시간씩 한 차례, 전력소비가 많은 날은 두 차례 전기공급이 중단된다. 때문에 부유층들은 가정에 개인용 발전기를 구비해놓는다.
이라크는 사회주의적 배급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매달 1인당 쌀과 설탕 각각 2.5kg, 밀 5kg, 차 0.3kg, 분유 0.5kg, 세제 1kg, 콩 1.5kg, 세제 1kg, 비누 4개씩을 배급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외부 압력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은 배급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하층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라크 정부는 실업률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40-5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을 늘리고는 있지만 방대한 정부조직에 근무하는 하급공무원들의 급료는 매우 적다.
일례로 교사의 월급은 20-30달러 선. 때문에 공무원들의 '생계형 부패'가 만연해 있다. 교사들은 10-20달러씩을 받고 학생의 점수를 올려주며, 공무원에게 700-1000달러를 내면 군 입대가 면제된다. 그러나 하급공무원들의 '생계형 부패'가 퍼져있기는 하지만 정보분야를 총괄하는 후세인의 둘째 아들 쿠사이가 고위관료들의 부패문제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대규모 입찰 등을 둘러싼 '큰 부패'는 오히려 없다고 현지 교민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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