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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여성 인권... 이젠 좀 바뀌려나

딸기21 2006. 7. 1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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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탄압으로 유명한 파키스탄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성들을 옭아매고 강제결혼과 성폭행 희생자로 내모는 이슬람 악법을 폐지하기 위한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면서 여론에 밀린 정부가 `죄수 아닌 죄수'로 수감돼 있는 여성들을 대거 석방키로 한 것.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1일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악명높은 `후두드(Hudood) 포고령'을 재검토할 것을 정부 산하 이슬람정체성위원회에 지시했으며, 이 법에 의해 구속돼 있는 여성 수감자 1000여명을 곧 풀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우르두어로 `한계, 테두리'를 뜻하는 후두드법은 1979년 지아 울 하크 장군이 이끄는 군사독재정권 때 만들어진 것으로, 간통 혐의 등 부정한 것으로 지목된 여성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혼외정사를 했다는 의심을 받거나 부모가 강요한 결혼을 거부한 여성들은 이 법에 걸려 수감되기 일쑤였지만 이 법의 개정이나 폐지를 요구하면 반이슬람적인 것으로 지탄받기 때문에 개정 논의 자체가 그동안 터부시돼왔다.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파키스탄 총리를 지낸 베나지르 부토 정권 때 개정 움직임이 있기는 했지만 이슬람세력의 반발에 밀려 좌절됐다.

후두드법에 따르면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피해자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독실한 무슬림 남성 4명'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 파키스탄에서는 도시와 농촌 곳곳에서 성폭행이 빈발하고 있으나 이 법의 냉혹한 규정으로 인해 여성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기가 어려웠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가는 오히려 간통범으로 몰려 체포되기 십상이었고, 이슬람 법정에서 간통 판결이 나면 돌에 맞아 숨지는 등의 극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악명높은 법이 개정될 여건이 조성된 것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여성들의 끈질긴 투쟁 때문. 남동생이 간통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촌락 주민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이라는 `징벌'을 당한 무크타란 마이라는 여성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파키스탄 여성 인권이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이후 여성단체들의 대대적인 항거와 캠페인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신생방송사인 지오(Geo)TV가 `자라 소치에예(생각해봅시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방영하면서 후두드법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번에 무샤라프 대통령의 `결단'이 나온 데에도 이 시리즈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 제작진의 취재에 응한 이슬람학자들 중 상당수는 후두드법의 개정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슬람학자인 무하마드 파루크 칸은 "성폭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피해자의 인권은 묵살되곤 했다"면서 "심지어 부모가 강요한 결혼을 딸이 거부하자 창피하게 여긴 부모가 딸을 간통혐의로 고소하는 경우도 여러번 보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후두드법에 걸려 수감돼 있는 여성 1300여명을 조사, 대부분을 석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것으로는 모자란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키스탄인권위원회(HRCP)의 자베드 이크발 부르키 변호사는 "여성 수감자 6000여명 중 3분의2는 후두드법 피해자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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