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다시 시작되는 아프간 전쟁

딸기21 2006. 5. 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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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이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2001년11월 미국의 공격이 시작된 뒤 전황은 순식간에 정리되고 새 국가 출범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것 같더니, 최근 들어 탈레반 세력의 반격이 재개되면서 오히려 전쟁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라크전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미국은 2개의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 됐다.

탈레반의 총공세

탈레반이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춘계 공세에 나서면서 미군이 아프간에 병력을 증파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탈레반이 아프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6주 전부터 총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미군이 충격을 표시할 정도로 공세의 강도가 높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공세로 아프간전 개시 이래 가장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지난달 이래 250명 이상이 숨졌다.

남부와 동부의 산악지대를 기반으로 한 탈레반 게릴라의 반격 외에도, 아프간 곳곳에서 매복 공격과 자살폭탄테러 등 유혈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동안 아프간에서 발생한 자폭테러는 총 26건이었으나 올들어서는 지금까지만 벌써 32건이 일어났다. 게릴라전을 벌이는 반군의 규모도 한 부대가 최대 300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주둔 병력을 줄여가던 미 국방부는 지난 몇달 새 오히려 병력을 2만 3000여명으로 4000명 가량 늘렸다. 미국은 아프간 주둔군을 올해 안에 1만6500명으로 줄일 예정이었다. 또 미군은 당초 오는 7월 남부 칸다하르를 비롯한 3개 주의 치안유지 임무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에 이양할 계획이었으나,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숨진 미군 병사들의 묘지. 이 정도 되면, 미국도 반성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AP



'여름위기설'

미 국방부 관리들은 탈레반이 미군의 치안 관할권 이양 시기에 맞춰 치밀하게 공세를 준비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정불안이 계속되자 미군과 아프간 정부에 실망한 젊은이들이 탈레반에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군들 사이에서는 `여름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1997∼1999년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국방전문가 존 함르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아프간은 올 여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간 전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미 행정부 내에서 안일했던 아프간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안보회의(NSC)가 아프간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의원들도 국방부에 아프간 상황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요구하는 등 워싱턴에서 아프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아프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나토 국가들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남부 오루즈간주(州)에 병력 1300명을 파견해놓은 네덜란드는 탈레반 공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부 양귀비 재배지역인 헬만드주에서는 영국군이 아프간군과 함께 전투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지인 아프간 북부의 `황금초승달' 지역에서는 마약 밀매조직과 연결된 군벌들이 탈레반 잔당을 고용, 평화유지군에 맞서고 있다.


아프간 남부 가즈니의 반군들. / 로이터


흔들리는 파키스탄


미국을 애먹이는 또하나의 요인은 파키스탄이다. 미국은 파키스탄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의 협력을 얻어 파키스탄을 전진기지로 삼고 아프간 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무샤라프 대통령의 통제력이 먹혀들지 않는 아프간 접경지대 파키스탄 산지의 부족집단들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여전히 탈레반에 우호적이며, 알카에다 전사들을 숨겨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당국은 빈라덴이 파키스탄 쪽에 은신해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파키스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세력의 반발 때문에 오히려 무샤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고, 국민 감정을 의식한 무샤라프 정권이 친미 행보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파키스탄 북서쪽 발루치스탄의 사막지대에서는 천연가스 자원을 둘러싸고 분리독립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 일대의 발루치족은 탈레반, 알카에다 세력과 연계, 중앙정부에 맞서 분리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다. 되살아난 탈레반과 알카에다, 그들과 연계된 파키스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분리주의자들의 싸움으로 남아시아 일대가 다시금 전쟁에 휘말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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