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개종했다고 사형을?

딸기21 2006. 3. 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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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남성이 무슬림에서 기독교도로 개종했다가 이슬람 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을 처지가 됐다. 미군에 의해 탈레반 극단주의의 폭정에서 `해방된'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극단주의의 횡포가 횡행하고 있는 아프간의 현실을 AP통신이 19일 전했다.

올해 41세의 압둘 라흐만이 체포된 것은 지난달. 라흐만은 이슬람을 버리고 기독교도로 개종했다가 기소됐다. 지난 16일 카불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됐다. 라흐만은 이날 심리에서 "이미 16년 전부터 이슬람이 아닌 기독교를 믿어왔다"고 고백했다. 그가 개종한 것은 파키스탄 남부 페샤와르에서 아프간 난민들을 돕는 기독교 국제 구호기구의 요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라흐만은 4년간 구호기구에서 일한 뒤 독일로 이주해 9년을 살았고, 아프간 전쟁이 끝난 뒤 고향인 카불로 돌아왔다.

짧지 않은 유럽생활을 거치며 그의 생각과 마음은 기독교적으로 바뀌었지만 가족들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라흐만의 부모는 14살, 13살 된 손녀들을 집에 가둬놓고 아들과의 상봉을 막았다. 라흐만은 노부모에게 "딸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소연했지만 들어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 소송 와중에 라흐만이 기독교도인데다 성경을 갖고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라흐만은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을 맡은 안사룰라 마울라베자다 판사는 "전세계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할지라도 아프간에서는 그런 종류의 일이 법에 저촉된다"며 2개월 안에 판결을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배교 혐의가 인정될 경우 라흐만이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프간에서 다만 종교를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선고까지 가능한 것은, 이슬람 샤리아(성법·聖法)에 기반을 둔 헌법 때문. 2001년 탈레반이 축출된 뒤 아프간 새 국가 건설을 위한 논의를 이끈 것은 부족장·종교지도자 원로회의인 `로야지르가(대회의)'였다. 자유주의자들이나 여성들이 사실상 배제된 채 이슬람 근본주의 색채가 강한 부족지도자들이 회의를 주도하면서 근대적 법체계 대신 샤리아가 헌법의 근간을 이루게 됐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끄는 아프간 정부는 이슬람 색채가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지만 칸다하르 등 과거 탈레반이 장악했던 남부지역을 비롯해 농촌에서는 이슬람 세력이 여전히 판치고 있다. 이슬람의 인권탄압을 막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프간인권위원회의 아흐마드 파힘 하킴 부위원장은 "샤리아는 무슬림이 이슬람을 배신하면 사형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라흐만 사건이 근본주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했다.

라흐만 사건은 아프간 새 국가 출범 이래 처음 벌어진 `배교자 재판'이다. 재판 과정에 부담을 느낀 검찰은 라흐만을 다시 무슬림으로 개종시키려 설득하고 있다. 압둘 와시 검사는 "그에게 이슬람으로 돌아올 것을 종용했지만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사형선고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인구(2800만 명)의 99%는 무슬림이며 나머지 1%는 대부분 힌두교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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