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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한국 기자 피랍 &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

딸기21 2006. 3. 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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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KBS 용태영(41) 두바이(아랍에미리트연합) 특파원 등 외국인들이 14일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반발한 과격 공산주의 조직 ‘순교자 아부 알리 무스타파 여단’으로 추정된다. 가자지구 남부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용 기자는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무사함을 알려왔다.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통해 무장단체와 인질 석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용 기자는 이날 낮 가자시티에 있는 알 데이라 호텔에서 복면을 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인질범들은 외국 언론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질렀고, 인질들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용 기자가 납치 이후에도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왔으며 15일 오전 3시 30분쯤(한국시각) 최종적으로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용 기자가 “호텔에 억류돼 있으나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프랑스인 인질 2명과 함께 억류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용 기자는 납치범들로부터 별다른 협박 등을 당하지 않고 있다는 게 당국자의 전언이다. 정부는 15일 오후 테러대책 상임위원회를 개최하는 데 이어 이날 중으로 현지대책반을 파견할 계획이다.


용 기자는 전날 오후 알 데이라 호텔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객실에 있다가 호텔을 습격한 무장괴한들에게 끌려갔다. 괴한들은 용 기자를 비롯해 미국인과 프랑스인 등을 납치했다. 현지 소식통들은 용 기자 등 억류된 인질들이 가자시티에서 60㎞ 가량 떨어진 남부 이집트 국경 부근 칸유니스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용 기자 등이 납치될 때 호텔 주변에서 무장 세력과 팔레스타인 보안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무장요원 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괴한들을 동행취재하면서 납치 과정을 보도했으며 용 기자 등이 끌려가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점퍼 차림의 용 기자가 무장괴한들의 지시에 따라 호텔에서 걸어 나와 이동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 무장단체 측은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AFP의 동행취재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억류된 상태의 인질들을 담은 사진도 공개됐다. 인질들 주변에는 소총을 든 남성이 서 있었으나 인질들은 결박당하지 않은 상태였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거나 서방의 압력에 항의하기 위해 외국인들을 납치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인질들을 해친 적은 없다. 현지 언론들은 용 기자도 무사히 풀려날 것이며 억류 기간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안부대 대변인은 KBS, MBC 와의 인터뷰에서 “인질의 신변에는 어떤 위협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몇 시간 지나면 풀려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무장 세력들의 극단적인 투쟁 방식에 우려를 표하고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말했다. 이날 알 데이라 호텔 납치와 비슷한 시간에 가자시티에서는 스위스인 구호요원 1명과 호주인 2명이 납치됐고 요르단강 서안 예닌에서도 미국인 교수 1명이 납치되는 등 외국인 10명이 괴한들에게 끌려갔다. 그러나 그중 용 기자와 프랑스인 2명을 제외한 7명은 곧바로 석방됐다.

한국기자협회는 15일 무장단체 측에 용 기자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기자협회는 성명서에서 “용 기자는 팔레스타인 집권 정당인 하마스를 취재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갔는데 공공장소인 호텔에서 총을 든 무장 세력에 끌려갔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용 기자는 물론 프랑스 언론인이 함께 무장단체 테러의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국경을 초월해 깊은 충격과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납치된 날, 이스라엘이 한 짓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왜 한국인을 납치했냐고?

그들이 한국인을 미워할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외신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납치사건이 벌어진 14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스라엘인들이 잘 알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날 팔레스타인의 예리코에 탱크 부대를 투입해 교도소를 습격하고 수감자들을 납치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공격과 이를 방조한 미국·영국에 반발하며 거센 시위를 벌였고, 이 사건은 용태영 KBS 기자를 비롯한 외국인들을 노린 무장단체들의 보복성 납치로 이어졌다.

이스라엘군은 공격용 헬기와 불도저, 탱크를 앞세워 팔레스타인 영토인 예리코의 교도소를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11시간에 걸쳐 공격을 한 뒤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지도자 아흐마드 사다트와 푸아드 알 슈바키 등 수감자 6명을 끌어냈다고 이스라엘 하레츠지가 보도했다. 사다트는 2001년 이스라엘 내각장관을 암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스라엘군이 사다트로 추정되는 인물을 끌고 가는 모습. 이런 게 바로 '납치'다. / AFP

이스라엘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사다트를 석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자국 내 감옥에 구금하기 위해 ‘신병확보 작전’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재소자들을 끌어내기 위해 교도소 건물에 탱크와 기관총 사격을 가했으며, 사다트 등을 임의로 체포하고 팔레스타인 경찰관 280여명까지 일시 구금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교도관 1명과 수감자 1명이 이스라엘군에 사살됐다고 팔레스타인 WAFA통신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땅에 있는 교도소에서 ‘작전’을 벌이는 이스라엘군 탱크. / AFP



속옷 바람으로 이스라엘군 앞에 끌려나온 팔레스타인 수감자들.
미국과 서방은 이들에게 “이스라엘을 미워하면 나쁘다”고 말한다.
이들이 그런 타이름을 듣지 않는다고 욕한다. /AP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격 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에서는 주민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예리코 교도소 관리를 맡았던 미국과 영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방조했다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현장에 있던 팔레스타인 교도관들은 미국과 영국 관리들이 이스라엘 탱크가 몰려오자 “자리를 피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위험한 상황에서 피신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가자시티에서는 주민들이 영국문화원에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으나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장 세력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으며 유럽을 순방 중이던  압바스 대통령은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공격 때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팔레스타인 총리로 내정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이스라엘 측의 무모한 도발을 비판하면서 사다트 등을 살해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압바스 대통령을 비롯한 온건파들의 입지는 더욱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오는 28일 총선을 앞두고 보수파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무리한 공격을 감행했다는 분석도 있다.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가 이날 곧바로 풀려난 미국인 교수 더글러스 존슨은 하레츠 인터뷰에서 “납치범들은 우리에게 아무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군의 예리코 공격 때문에 몹시 분노한 것 같다”“오히려 그들(납치범)들에게 심정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누가 납치했을까

"이슬람세력이 한국인을 잡아갔다!"

이렇게 외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한국에 살면 무조건 '유교세력'이 아닌 것처럼, 아랍권에 산다고 해서 정치적 행동을 하는 이들에게 무조건 '이슬람 세력' 딱지를 붙일 순 없다. 이슬람 신앙이 아닌 다른 동기를 가진 행동이 더 많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에서 한국 기자 납치사건이 일어나면서 현지 무장단체들의 실태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무장단체로는 이번 납치사건을 벌인 것으로 유력시되는 ‘순교자 아부 알리 무스타파 여단’과 알아크사 순교자여단, 하마스 산하 알카심 여단 등이 있다.

순교자 아부 알리 무스타파 여단

팔레스타인 정치조직들 중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산하 무장분파다. 알자지라 방송은 14일 ‘체 게바라 여단’으로 불리는 한 조직이 “외국인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해왔다고 보도했다. 체 게바라 여단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면서 체 게바라식 게릴라전을 펼쳐온 아부 알리 여단의 별명이다.


이들이 소속돼 있는 PFLP는 고(故)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이끌던 정치단체 파타에서 갈라져 나온 강경파 조직이다.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반 이슬람 색채를 띤 그룹으로, 1953년 팔레스타인 기독교도 조지 하바쉬가 만든 아랍민족주의운동(ANM)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PFLP는 1967년 출범한 이래 ‘자본가 중심의’ 파타에 맞서 공산주의 운동을 벌였으며 이스라엘과의 모든 협상에 반대하는 강경 투쟁을 해왔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서 탈퇴한 뒤 파타와 극심한 대립을 보여 팔레스타인의 분열을 가져오기도 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까만 줄무늬 케피야(머리쓰개) 대신 빨간 줄무늬 케피야를 착용, 팔레스타인에서는 “머리쓰개 색깔만 보면 어느 파(派)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PFLP는 지난 1월25일 치러진 총선에서 의석 3석을 차지하며 원내에 진출했지만 의회 내 영향력은 미약하다.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


파타 산하의 무장조직으로 1960년대 창설됐다. 파타의 청년전위조직인 탄짐에서 조직원들을 선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을 의도적으로 방문해 분쟁을 도발한 뒤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봉기)를 주도하면서 유명해졌다. 


이들은 과거에는 이스라엘 점령군과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민들만 공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살해를 계속하자 2002년부터는 이스라엘 도시들에서 폭탄테러를 벌이는 쪽으로 공격방식을 바꿨다. 


지난해말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을 봉쇄하자 이에 맞서 독일인 등 외국인을 납치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억류된 외국인에게 위해를 가한 적은 없다. 알아크사 순교자 여단은 14일 외국인 납치사건이 일어난 뒤 “미국과 영국인들은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번 납치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 카심 여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중 가장 유명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하마스는 1987년 창설됐다. 맹인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2004년 이스라엘에 암살)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이스라엘을 상대로 강경 무장투쟁을 주도한 것이 바로 이들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로는 가자지구 등에서 구호활동과 교육활동을 벌이며 사실상 정부 기능을 수행했고, 정당으로의 탈바꿈을 마쳤다. 1월 총선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며 압승을 거둬 집권정당이 됐다. 


겉으로는 무장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집권당이 된 뒤 무장투쟁은 사실상 포기했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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