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다시 고개드는 유럽의 보호주의

딸기21 2006. 1. 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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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유럽 통합 경제권'을 지향해온 유럽에 보호주의의 먹구름이 끼고 있다. 각국 정부가 금융, 자동차 등 주력 산업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오히려 높이면서 유럽 경제통합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개 드는 보호주의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딧 은행과 독일의 금융회사 HVB는 최근 공동으로 폴란드 은행 2곳을 합병하려다가 폴란드 정부의 제지에 부딪쳤다. 이 합병 건은 `국적'이 다른 두 나라 기업이 공동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것 때문에 지난해 내내 유럽 금융업계의 관심을 모았었다. 유럽연합(EU)은 폴란드 정부의 합병 금지조치가 EU 조항에 어긋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9월 경영위기를 맞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외국기업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법까지 만들었다. 또 다른 독일 자동차 회사인 포르쉐가 인수 의사를 밝히고 나와 독일인들의 `자존심'은 살아났지만, `폭스바겐법'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 법안 역시 유럽위원회에 제소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가하면 프랑스는 방위산업과 카지노업 등 11개 `민감한 산업분야'에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정부가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을 공표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외국계 은행 2곳의 자국내 금융기관 인수를 금지시켰다.


흔들리는 경제 통합


통합을 지향해온 유럽 경제에 역풍으로 불어닥친 보호주의는 동-서유럽 간 임금격차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선진국 국민들의 반감, 민족주의의 부상과 유럽헌법의 표류 등 최근 몇 년 간 유럽 저변에서 진행돼온 현상들과 연속선상에 있다. 지난해 영국 런던 테러와 프랑스 파리 소요 등이 통합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문화적 충돌'이었다면, 경제 분야에서는 `민족 자산 지키기'의 형식으로 보호주의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독일의 폭스바겐 경영 문제를 민족주의에 호소함으로써 해결하려 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FT는 특히 금융 분야에서 각국의 보호주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의 카팅카 바리쉬는 "2004년 동·남유럽 신규회원국들이 EU에 가입한 뒤 (역내 고임금 국가들의) 보호주의가 눈에 띄게 커졌다"고 지적했다.

EU 역내시장담당 조정관인 찰리 맥크리비는 "보호주의는 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보호주의는 유럽이 직면한 경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되지 못 한다"고 경고했다. 각국이 경제적 국경을 높이는 것에 대해 EU와 유럽의 기업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EU에 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FT는 보호조치를 내리는 각국 정부를 유럽사법재판소에 세워 실효도 없고 오래 걸리는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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