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딸기21 2017. 5. 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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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에서 나온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을 읽었다. 지은이는 이나가키 히데히로, 옮긴이는 우리 회사 국제부 선배였고 지금은 체육부장인 조홍민 선배다. 일본 특파원 지낸 분이라 일본에 대해 많이 알고, 번역도 매우매우 훌륭하다. 실은 번역자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받았으나 회사 책상 위에 놔둔 걸 누군가가 훔쳐갔다 -_- 그래서 다시 얻어야 했다는 슬픈 사연이...



'도쿠가와 가문은 어떻게 원예로 한 시대를 지배했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센코쿠(전국)시대 일본의 무장들은 식물에 대해 어떤 지식을 갖고 있었고, 그걸 어떻게 치열한 승부에 활용했는가 하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식물이 들어간 에도(도쿄) 일대의 동네 이름들로 시작해, 전국시대 무장 가문의 문장들 속 식물 이야기들까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쭉 이어진다. 


구마모토 성은 온통 '비상시 먹을거리'들로 이뤄진 성이었다든가, 내가 도쿄에서 살았던 곳과 가까운 카마타(창포밭) 이야기, 약초와 독초 지식을 이용한 닌자 이야기 등등. 잡학상식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넘나 재밌다. 지대넓얕 류의 지식을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식물을 이해하고, 활용하고, 문화로 만들어간 에도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말 하루 카페에 앉아 순식간에 다 읽었다. 


*

주말에 읽은 또 다른 책 한 권. 월레 소잉카의 <오브 아프리카>. 왕은철 옮김, 삼천리.



이 번역자가 옮긴 책은 전에도 본 적 있고 문장은 매끄럽다. 뒤편 옮긴이 후기에서, 애매모호한 소잉카의 문장을 번역하느라 힘들었다는 고백을 한다. 그렇다 쳐도 책의 편집자는 좀 많이 무성의했다. 첫 페이지부터 시작해서 오자가 너무 많다. '코트티부아르'는 단순한 오자라 쳐도, 두 번이나 아비장이 코트디부아르의 수도로 나오는 건 아무래도 번역자가 애당초 잘못된 정보를 입력해놓고 있었던 탓인 듯. 아비장은 코트디부아르의 최대도시이지 '수도'가 아니다. 

애매모호한 문장을 매끄럽지만 더 애매모호한 문장으로 만들어놓은 탓에... '탐험가들을 틔우는' 것은 대체 무엇이며, '빚을 드리우는' 것은 또 뭐란 말인가. 읽는 내내 이것저것 눈에 거슬렸다. 


소잉카는 아프리카인들이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을 진실, 노예무역에 개입한 '흑인들'의 과거라든가 식민주의자들의 논리를 반복하는 ('아프리카엔 독재가 필요해'라는 식의) 독재정권들의 문제 등을 짚는다. 지금 아프리카를 그늘지게 만드는 기독교-이슬람 양대 종교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에 눈길이 간다. 그러면서 소잉카는 나이지리아 자기네 지역에서 커나갔고 미국 등지로 간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해온 오리사라는 토착 종교를 들며 '아프리카가 줄 수 있는 희망과 관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 아프리카의 모습을 생각하면 약발이 떨어지는 주장이기는 하지만.


소잉카의 책은 처음인데, 소설들을 좀 읽어봐야겠다. 하지만 과연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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