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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그후]난장판 영국...책임은 누가 지나

딸기21 2016. 6. 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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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은 떨어지고 화폐 가치는 급락했다. 집권당은 오리발에, 야당은 진흙탕 싸움 중이다. 국민들은 갈라져서 한쪽에선 “이민자 나가라”를 외치고 한쪽에선 시위를 하겠다고 벼른다. 일은 벌려놨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난장판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지은 뒤 영국의 모습이다.

 

앞서 무디스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데 이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도 27일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각각 2계단, 1계단을 내렸다. 중국 출신인 주민(朱民)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하계대회에서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가 최악의 경우 5.6%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7일 영국 런던의 의회 광장에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이 브렉시트를 불러온 보수당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국민들은 양분됐다. 28일에는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브렉시트 투표결과에 항의하며 ‘재투표’를 주장하는 이들이 대규모 집회를 할 예정이다. ‘런던 스테이’라 이름붙여진 이 집회에는 3만5000명 이상이 참가 신청을 했다. 영국 곳곳에서 브렉시트를 계기 삼아 이민자들을 겨냥한 인종차별적인 공격이 터져나오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강력한 처벌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극우파들의 선동이 먹혀들며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일부의 차별주의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어서, 분열과 갈등이 이대로 잦아들 것이라 기대하긴 힘들다. 

 

보수당과 노동당은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소리까지 듣는 선동적인 정치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탈퇴파를 대표하며 캠페인을 이끌어왔다. 그래놓고 26일 텔레그래프에 기고해 “EU에서 나가도 EU 단일시장에는 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 외교관들은 “잠꼬대를 하고 있다”며 존슨의 황당한 발언을 비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로선 존슨이 유력하지만, 돌출 행동이 많고 ‘안티’ 세력이 적잖은 그가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유고브 여론조사에서는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차기 총리후보 1순위로 존슨에 앞서고 있다. 

 

보수당 원로모임인 ‘1922 위원회’는 당초 예상됐던 10월보다 한 달 앞당겨 9월 2일까지 전당대회를 열고 캐머런의 후임을 선출하라는 일정을 내놨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권고에 따라 존슨을 포함한 보수당 의원 9명이 30일 정오까지 30여시간에 걸쳐 새 대표를 뽑기 위한 경쟁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현역 의원들 투표로 당 대표 후보 2명을 정하면, 당원투표로 최종 선출한다. 새로 뽑히는 대표는 캐머런의 후임으로 총리에 올라 EU와 탈퇴 협상을 진행하는 수순이다. 협상은 난관을 겪을 것이 뻔하다. 잔류를 지지했던 조지 오스번 재무장관은 당권과 총리직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차기 총리는 가미카제(자폭) 총리가 될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노동당에서는 좌파 제러미 코빈 당 대표에 반대하며 전당대회를 열어 다시 대표를 뽑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자 코빈 지지파는 런던 의회 광장에서 거리행진을 하며 ‘코빈 지키기’에 나섰다.

 

브렉시트를 후회하는 ‘리그렉시트’ 여론 속에, 국민투표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커졌다.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이 EU 탈퇴 조건을 다시 협상해 국민투표에 올리자고 제안하는 등, 보수당 안에서조차 재투표 얘기가 나왔다. 재투표를 주장하는 이들은 1992년 덴마크가 EU 조약을 국민투표로 부결시켰다가 이듬해 2차 투표에서 통과시킨 전례를 든다. EU의 회원국 탈퇴조항인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그 전에 상황을 뒤로 돌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조기총선을 실시해 브렉시트 결과를 ‘사실상 무력화’하자는 이들도 있다. 새 정부가 구성돼 모든 절차를 다시 밟자는 것이다. 그러나 캐머런은 ‘50조’가 당장 발동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재투표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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