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 문제는 돈  

딸기21 2015. 12. 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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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도 기후변화에 “최소한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과 ‘공정성’을 거론했다. 교토의정서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지만 프랑스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모인 선진국과 개도국·빈국 진영 간에는 여전히 인식의 차이가 남아 있다. 그 밑바닥에는 돈 문제가 깔려 있다.

 

30일(현지시간) 파리 총회 개막연설에서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에넬레 소포아가 총리는 “부자 나라들이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나라들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인도양 섬나라 코모로의 이킬릴루 도이닌 대통령도 “우리는 돈이 없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피해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나라 모두 지구가 더워져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물에 가라앉을 처지다. 부국들이 탁상공론을 벌이는 사이 생존의 위기를 맞은 나라들이다. 나이지리아의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은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면서 “개발된 나라들은 약속대로 지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선진국들은 개도국에 주기로 한 돈을 달라”고 했다.



기후변화로 부국들보다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개도국, 빈국들이 선진국 진영을 믿지 못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단적인 예가 연간 1000억달러(약 116조원)의 기금이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 때 부국들은 빈국들이 인프라를 새로 만들어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합의를 바탕으로 녹색기후기금(GCF)이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이 기금을 유치해 인천 송도에 본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돈이 모이기는커녕 각국 정부가 낼지, 민간부문도 끌어들일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개도국들이 부자 나라들에게 요구한 돈이 바로 이 기금이다. 교토의정서에서 감축 의무를 피해갔던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들도 이번에는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니 이제 선진국들이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온도 상승 제한폭(2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감축의무 배분, 그리고 돈 문제가 이번 총회의 핵심 이슈라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개막연설에서 “코펜하겐에서 약속한 연간 1000억달러의 돈을 빈국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만 한다”면서 선진국들의 공동책임을 촉구했다. 메르켈은 “이것은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인 상식의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정상들의 약속은 별로 들려오지 않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부유한 나라들이 결코 (기금 모금액)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파리의 합의가 효력을 발휘할지는 잘 사는 나라들이 얼마나 책임을 느끼고 약속을 지킬 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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