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베들레헴의 슬픈 크리스마스

딸기21 2005. 12. 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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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2월25일 성탄절이 되면 교황청 특사가 이스라엘에 점령된 동예루살렘을 거쳐 고대부터 존재해온 오래된 길을 따라 베들레헴을 찾는다. 그러나 올해에는 교황청 특사도 예수 탄생 성지인 베들레헴에 들어가려면 육중한 금속탐지기 엑스레이 검색대, 보안요원들의 수색을 거쳐야 한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봉쇄작전으로 평화와 축복 대신에 경계와 적대 속에 크리스마스를 맞게 된 베들레헴의 분위기를 전했다.

베들레헴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는 성지이고,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에게도 성탄절은 축복받은 날이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베들레헴은 이스라엘령이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립과 공포 분위기에서 성탄절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이 8.5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으로 베들레헴을 둘러치고 검문검색을 벌이고 있기 때문. 이스라엘은 `보안장벽'이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를 갈라놓고 사실상 영구적인 국경선을 마음대로 정해버렸다. 베들레헴 장벽은 660㎞에 이르는 분리장벽의 일부분으로, 이 장벽에 대해서는 유엔도 `국제법 위반'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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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베들레헴 주민들을 시 밖으로 마음대로 못 나오게 하면서 순례객들도 통제하고 있다.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지역이지만 예루살렘 생활권이어서 쇼핑센터도, 학교도 예루살렘에 있다. 날마다 검문검색을 통과해야 하는 주민들은 숨막히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CSM은 전했다.
주민 알리 주브란은 "베들레헴에서 예루살렘 가는 것이 외국 가는 것만큼 힘들다"며 "시 외곽 모스크를 가려면 여권을 내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계 학교 교사인 카테 콤세예는 "베들레헴에 사는 것이 꼭 죄수가 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22일 검색대를 통과하던 한 가톨릭 수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마리아와 요셉이 오늘 여기에 왔다면 검색대를 지나야 했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봉쇄로 인해 베들레헴의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실직율은 50%가 넘었고, 관광수입도 줄었다. 시 당국은 2002년 이스라엘군의 탱크에 파괴된 만제르 광장에 최근 자갈을 새로 깔고 보수공사를 벌였지만 성탄 경기는 예전 같지 않다.
동로마제국 시절 지어진 예수탄생교회와 주변의 기념품점들은 무장단체와 이스라엘군 사이의 총격전으로 문을 닫은 곳이 많고, 텅빈 상점가에는 성탄을 앞두고도 쓸쓸함이 가득하다고 모니터는 전했다. 구약성서가 발견된 곳으로 알려진 라헬의 무덤은 `유령의 마을'로 돌변했다. 시끌벅적했던 식당가는 `유대인 보호'를 명분으로 시멘트벽을 별도로 두르는 바람에 폐허처럼 되어버렸다. 주민인 조니 아니스타스는 모니터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신을 믿는다"며 "그러나 신이 이런 일을 참고만 계실 것인가"하고 반문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째서 이스라엘이 하는 짓거리를 참고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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