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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스캔들 폭로한 주역, 존 저먼과 피터 모크

딸기21 2015. 9. 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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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강타한 ‘폭스바겐 게이트’ 뒤에는 자동차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분투해온 엔지니어들과 시민단체가 있었다. 스캔들의 시작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에 차량 약 50만대의 리콜을 명령한 것이었고, 그 근거가 된 것은 배출가스 정보를 분석·검증한 엔지니어 존 저먼과 피터 모크의 자료였다.

 

이들은 웨스트버지니아대 대기공학 연구팀과 함께 비영리기구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폭스바겐 차량들의 배출가스를 조사했다. ICCT는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환경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조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항공기, 연료, 지상교통과 도로, 해상교통 등 교통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기술자들의 연구를 지원, 당국에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웹사이트에 밝히고 있다. 휼렛패커드 창업자들이 만든 윌리엄·플로라 휼렛 재단과 데이비드·루실 패커드 재단이 이 기구의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존 저먼(왼쪽)과 피터 모크(오른쪽). 사진 ICCT


저먼과 모크, 웨스트버지니아대 연구팀은 이 기구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자동차 회사들이 내놓은 배출량 자료와 실제 배출치를 비교했다. 그들은 폭스바겐 차량들을 조사하면서 처음엔 자신들에게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수도, 우연도 아니었다.” BMW 차량은 환경당국의 기준을 충족시킨 반면, 폭스바겐의 파사트와 제타에서는 출시전 테스트 때보다 각각 35배와 20배에 이르는 배출치가 나왔다. 


두 사람은 폭스바겐 차량들을 여러 대 골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시애틀까지 2000㎞ 넘는 거리를 실제로 주행하는 등 실험을 거듭했다. 그렇게 해서 테스트 때 배출량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다는 걸 확인, 당국에 자료를 넘겼다. 지난해 5월의 일이었다. 조작 사실을 줄곧 부인하던 폭스바겐은 EPA의 강력한 압박 끝에 마침내 손을 들었고, 1100만대에 눈속임 장비가 설치됐음을 인정했다.

 

스캔들이 터져나온 뒤 저먼과 모크는 미국 언론들에 수없이 불려다녔으며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으로 칭송받았다. 독일 최대 기업을 무릎꿇린 저먼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독일(German)이다. 마침내 폭스바겐이 잘못을 인정한 뒤, 워싱턴에 머물던 저먼은 미시간주 앤아버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남편의 수고를 지켜봤던 아내가 던진 말은 “이제 은퇴하고 행복하게 살자”였다. 하지만 저먼은 여전히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아니, 아니, 아니! 아직은 그럴 수 없어”라고 대답해 아내를 실망시켰다고 가디언에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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