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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 베이징에 익룡이 떴다  

딸기21 2015. 9. 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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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익룡이 나타났다.

 

중국이 3일 항일전쟁 승전기념 열병식을 통해 첨단무기들을 선보였다.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무기의 84%가 신무기인데, 그 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무인기 ‘윙룽(翼龍)’이었다. 청두의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가 제작한 것으로, 2012년 11월 주하이 에어쇼를 통해 글로벌 무기시장에 공식 ‘데뷔’했다. 6년 전의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 열병식 때에는 완성되지 않아 선보일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드론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퍼레이드에 나온 윙룽은 미국의 무인기 MQ-9 리퍼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다. 윙룽의 무게는 1.1톤에 달하고, 길이는 9m이며 날개 총연장은 14m다. 중고도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드론으로, 최고 5300m 높이에서 최대 4000km를 비행할 수 있다. 20시간 연속 비행이 가능하고, 200kg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 전투기로도 사용할 수 있으나 기존 전투기보다 크기가 작고 조용하다. 최대 속도는 시속 280km다. 윙룽을 개발함으로써,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드론 수출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전 70년 기념 열병식에 무인기(드론) ‘이룽’이 등장했다. /AFP


실제로 에어쇼에 나타난 지 3년이 채 못돼 윙룽은 중국이 내세우는 주력 수출상품이 됐다.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국제 무기거래 동향보고서를 인용,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무기 수출국 3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4년 5년 동안 중국의 무기수출은 그 전 5년에 비해 143%나 늘었다. 


 

여전히 전체 수출액 규모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에 한참 뒤쳐져 있으나, 드론 수출에서는 중국이 세계 1위다. DJI테크놀로지라는 기업 혼자서 글로벌 무인기 판매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윙룽을 비롯해 CH-3, CH-4 같은 군사용 무인기를 파키스탄과 미얀마 등에 팔아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윙룽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제너럴어타믹스의 무인기 프레데터. /WIKIPEDIA


물론 윙룽의 경우 미국산 MQ-1프레데터나 리퍼와 비교하면 역사와 실전 경험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무인전투기의 원조 격인 프레데터는 제너럴어타믹스 제품으로, 1994년 7월 첫 비행을 했고 1995년 미 공군에 도입됐다. 지금까지 생산된 대수는 300대 정도다. 프레데터의 길이는 8.22m, 날개 연장은 14.8m로 윙룽과 비슷하다. 무게도 1.1톤으로 거의 같다. 수송 하중은 500kg 정도로 윙룽보다 크고, 7600m 고도까지 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최대 속도는 시속 217km로 윙룽보다 느리고, 비행가능 거리도 1100km로 짧다.


리퍼는 프레데터를 업그레이드한 무인기로, 2001년 첫 비행을 했다. 그러나 미군에 도입된 것은 6년 뒤인 2007년이다. 당초에는 ‘프레데터B’로 불렸으나 ‘죽음의 신’을 가리키는 리퍼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공군 뿐 아니라 항공우주국(NASA)과 국토안보부도 리퍼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리퍼를 운용하고 있다. 


리퍼의 모양은 윙룽과 흡사하지만 크기는 리퍼가 더 크다. 리퍼의 길이는 11m, 날개 연장은 20m다. 무게는 2.2톤으로 윙룽의 2배다. 최대 시속은 482km, 비행가능 고도는 1만5240m에 이른다. 무엇보다 무기 탑재 용량이 다르다. 윙룽은 100kg 정도의 무기를 실을 수 있는 반면 리퍼는 기내·외 격납고에 1100kg 가까이 무기를 실을 수 있다.


프레데터보다 업그레이드된 리퍼. /WIKIPEDIA


미국 무인기들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실전에 투입돼 왔다. 프레데터는 1995년 7~11월 발칸에 첫 배치된 것을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투입돼 숱한 인명을 살상했다. 아프간전에서는 미군이 직접 들어갈 수 없는 파키스탄에서의 알카에다 제거작전에 드론이 많이 쓰였다. 머나먼 미국의 사막 기지에 있는 미군이 원격 조종으로 ‘전자오락하듯’ 민간인들을 살상한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대신 드론 공격을 크게 늘렸다. 소말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소탕작전에 드론이 이용되고 있다. 리퍼도 아프간과 소말리아 등지에서 정찰용, 공격용으로 쓰이고 있다. 반면 윙룽은 아직까지는 실전 투입 경험이 없다.


 

프레데터 가격은 2010년 기준으로 400만달러(약 47억원)가 넘는다. 리퍼는 개발에만 120억달러(약 14조3000억원)가 들었고 2013년 기준 대당 가격은 약 1700만달러(약 200억원)다. 윙룽은 대당 수백만 달러 선으로 추정된다. 미국산과 비교할 때, 기능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높은 셈이다.


중국 CCTV에 지난달 말 공개된 차이훙5호의 시험비행 장면. 사진 중국군망(chinamil.com.cn)


이미 드론 제작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한 중국은 이제는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수출을 통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달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정부가 고성능 무인기의 경우 수출 통제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폭풍우에도 비행할 수 있는 무인기, 1만5420m 이상 상공에 머물 수 있는 무인기, 한 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무인기 등은 수출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고성능 무인기 분야는 중국이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미 알려질만큼 알려진 윙룽보다 더 관심을 끌었던 것은 차이훙(彩虹·무지개)5호(CH-5) 드론이었다. 중국 CCTV는 지난달 30일 차이훙 5호가 간쑤(甘肅)성의 비공개 비행장에서 시험 비행하는 장면을 20분간 방송했다. 차이훙 5호는 이륙 중량이 3t 이상으로 3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탑재능력이 차이훙 4호의 2.5배인 1t에 달하며 미사일 6기를 탑재할 수 있다. 특히 건물 내 목표를 식별, 추적할 수 있는 벽투과 레이더도 탑재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최대급 드론인 차이훙5호는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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