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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오바마-젭 부시의 '북극해 삼각갈등'?

딸기21 2015. 8. 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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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크치해(海)는 미국 알래스카주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북극해의 한 부분이다. 태평양 북쪽 베링해협 위에 있으며 러시아어로는 ‘초코츠코예’라고 부른다. 미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이 찬 바다가 갑자기 미국 대선의 이슈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인한 석유시추 계획을 같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18일 트위터에 “북극은 하나뿐인 보물”이라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로 미뤄볼 때 시추의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 미국 내무부 안전·환경규제국은 영국-네덜란드계 에너지회사 셸의 추크치해 석유시추 계획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 지역에는 전 세계의 개발되지 않은 석유·가스 매장량의 20% 가량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돼 에너지기업들이 눈독을 들여왔다.

환경을 내세우던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5월 셸의 시추계획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대서양 연안 석유·천연가스 광구개발을 허용한 데 이어 에너지기업에 거푸 ‘선물’을 안겨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단체들로부터는 비난이 쏟아졌다. 셸은 2012년말 이 일대에서 시험적으로 시추작업을 했는데, 원유유출을 막기 위해 오염물질 차단용으로 설치한 돔이 부서지는 바람에 시추 계획을 연기했다. 그럼에도 오바마 정부는 “안전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이유를 들어 셸의 손을 들어줬다.



오바마 정부는 2010년 멕시코만에서 영국 에너지회사 BP의 유정이 폭발, 대규모 해양오염을 일으킨 뒤 해상 시추계획들을 보류해왔다. 그러다가 올들어 계속 승인을 내주고 있다. 추크치해의 경우 북극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시추 허용지역에 제한을 뒀으나 환경론자들은 보호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 관련 정책들을 대체적으로 지지해왔다. 앞서 3일 오바마가 화석연료를 쓰는 발전소들의 탄소배출량을 대폭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청정전력계획’을 발표했을 때에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불과 보름 만에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물론 이란 핵협상에 찬성하면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등, 클린턴이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대해 ‘사안에 따라’ 찬반 입장을 밝혀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추크치해 시추 반대 트윗을 두고서 해석이 분분하다. 앞서 몇몇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가 후임 대통령감으로 클린턴보다는 조 바이든 부통령을 더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복심’이 논란거리가 되는 상황에서 클린턴이 오바마의 정책에 대놓고 반기를 든 셈이 됐다.


축치해의 해빙 /WIKIPEDIA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겠다고 나선 좌파 정치인 버니 샌더스의 맹추격에 밀려 조금 더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분석도 있다. 샌더스에 비하면 클린턴은 친기업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환경을 중시하는 진보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추크치해 문제를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이 환경정책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려 한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클린턴의 ‘북극해 시추 비판’을 반박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백악관이 아닌 공화당의 대선주자 젭 부시다.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위터 글에서 클린턴의 추크치해 시추 반대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오바마보다 더 ‘반에너지론자’가 되는 것은 극단적”이라고 주장했다. 잘 알려진대로 부시는 석유재벌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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