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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행성인 듯 행성 아닌 행성 같은 명왕성... 왜 탈락했나  

딸기21 2015. 7. 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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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항공국(NASA) 무인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 근처에 다가가 사진을 찍어 보내오면서, ‘저승의 별’을 감싸고 있던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뉴호라이즌스의 비행 덕에 명왕성은 다시 세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의 결정으로 행성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으로 격하된 지 9년만이다.

명왕성은 왜 ‘행성’에서 빠졌을까

명왕성은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타원형 궤도를 선회한다. 궤도가 일그러져 있어서 태양에 조금 가까이 갈 때도 있고 좀 더 멀리 떨어질 때도 있는데, 태양에서부터의 평균 거리는 대략 59억km 정도다. 지구에서는 평균 잡아 48억km 가량 떨어져 있다.

명왕성이 행성 목록에서 빠지게 된 이유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른 행성들과 달라서’다. 맨 먼저 눈에 띄는 차이점은 명왕성 궤도의 ‘공전면(面)’이 다르다는 것이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공전궤도를 그려보면 대량 같은 면 위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유독 명왕성의 공전면은 17도나 기울어져 있다. 

행성들의 공전면과 명왕성의 궤도


일부 학자들은 명왕성이 해왕성에서 갈라져 나온 일부분이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태양계 밖을 떠다니던 별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양계에 붙잡혀있게 된, ‘외계의 볼모’라는 추측도 있고 태양계 생성 당시의 찌꺼기가 남은 것이라는 설도 있다.

두번째로, 명왕성은 2만km 거리로 비교적 가깝게 붙어 있는 위성 카론과 함께 돈다. 명왕성은 카론, 스틱스, 닉스, 케르베로스, 히드라의 5개 위성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카론은 크기가 명왕성의 절반에 이르며, 지구에서 관측하면 하나의 천체처럼 보인다. 명왕성이 발견된 것은 1930년이었고 카론은 1978년에야 존재가 알려졌다. 명왕성과 카론은 행성과 위성이 아닌 ‘이중 천체’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명왕성과 카론은 서로 끌어당기듯 마주보며 공전을 한다. 둘을 하나의 천체로 봤을 때, ‘중심질량’은 명왕성과 카론의 가운데에 있다. 공전 궤도 안에서 ‘지배적인 질량’을 갖고 있는 천체를 행성이라 하고, 행성의 인력에 끌려 주변에서 도는 천체를 위성으로 본다. 명왕성과 카론의 관계는 보통의 행성과 위성 관계와는 다른 것이 사실이다.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8월에 명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원 과학자들의 투표로 행성의 정의를 내렸다. 당시 투표를 했던 것은 명왕성부터 태양계 바깥 우주와의 경계지대인 ‘카이퍼벨트’에서 명왕성보다 큰 ‘제나’를 비롯한 다른 천체들이 발견됐던 탓이다. 이들 모두를 행성으로 넣을 것인가, 아니면 명왕성도 뺄 것인가가 이슈였던 셈이다.

당시 정의에 따르면 행성은 ①태양 주변의 궤도를 돌고 있는 천체여야 하고 ②구형의 형태가 유지될 정도의 정역학적 평형상태(hydrostatic equilibrium)에 있어야 하고 ③자신의 중력으로 궤도 안에 있는 다른 천체들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천체는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의 질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카론과 함께 도는 명왕성은 행성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명왕성이 다른 행성과 비슷한 점들 또한 많다. 상당한 질량을 가지고 위성들을 거느리며 태양 주변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천문연맹은 ‘왜소행성’이라는 범주를 따로 만들었다. 왜소행성은 행성과 비슷한 특징을 지녔지만 주변에 있는 비슷한 크기의 천체들을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질량은 없는 난쟁이 행성이다. 연맹은 행성들 중 가장 크기가 작았던 명왕성과 소행성 중 가장 큰 세레스, 해왕성 너머에 있는 얼음으로 구성된 천체 에리스를 왜행성으로 규정했다.

‘명왕성 탈락’으로 무너졌던 미국 천문학계의 자존심

하지만 당시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국이 반발했다. 미국이 현대 우주과학의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행성들은 다 유럽인들이 발견했다. 가장 늦게 발견한 명왕성만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가 클라이드 톰보가 찾아냈다. 그래서 명왕성은 ‘미국의 자부심’이었다. 

더군다나 미국이 명왕성에 건 판돈이 컸다. 태양계 끝자락 명왕성을 탐사하러 우주선을 보낼 것인가는 미국에서도 오랜 고민거리였다.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뉴호라이즌스 계획에 들어간 돈은 7억달러(약 7900억원)가 넘는다. 

NASA는 오래 전부터 명왕성 탐사 계획을 추진하려 했으나 조지 W 부시 정부가 대테러전을 일으키면서 당장 예산 문제에 부딪쳤다. 부시 정부는 NASA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명왕성 계획은 물 건너 가는 듯했다. 미 정치권의 열띤 논란 끝에 마침내 예산안이 통과됐으며 뉴호라이즌스는 2006년 1월 발사됐다. 그러고 7개월 뒤에 국제천문연맹이 명왕성을 행성에서 빼버렸으니, NASA의 입장에선 펄펄 뛸만도 했다. 

뉴호라이즌스 계획을 책임졌던 앨런 스턴은 “지구와 화성과 목성과 해왕성조차 주변 천체들을 모두 제거하고 궤도를 완전히 지배하지는 못한다”며 “술주정뱅이 과학”이라고 국제천문연맹을 맹비난했다. 당시 NASA 안에는 명왕성이 더 이상 행성이 아니라는 결정을 아예 무시해버리자는 분위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몇몇 과학자들은 ‘명왕성 탈락’ 결정을 뒤집으라는 청원운동까지 했다. 

뉴호라이즌스가 15일 찍어보낸 명왕성의 표면. 사진 NASA

 

명왕성을 발견한 톰보는 유명 과학자가 아니었고 로웰천문대 부근에 살면서 아마추어 천문가로 활동하던 농부였다. 그는 직접 관측한 것이 아니라 로웰천문대가 촬영한 사진을 보고 새 천체를 찾아냈다. 톰보는 1997년에 사망했으며, 그의 유해 일부는 뉴호라이즌스에 실려 이번에 명왕성으로 날아갔다. 만약 그가 유명 천문학자로 학계에 후학들을 거느리고 있었더라도 국제천문연맹이 명왕성 탈락 결정을 쉽게 내렸겠느냐는 반론도 쏟아졌다. 

명왕성뿐 아니라 카론도 미국인인 제임스 크리스티와 로버트 해링턴이 발견했다. 명왕성 논쟁을 촉발시킨 제나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천문학자 마이클 브라운이 찾아냈다. 브라운도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을 “서커스같은 절차”라며 비난한 바 있다.

다시 다가온 신비의 천체

곡절 끝에 미국은 명왕성 근접탐사라는 개가를 이뤘다. 뉴호라이즌스가 가까이서 찍어 보낸 명왕성 표면의 고해상도 사진에는 형성된지 1억년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얼음산 등이 드러나 있다. 명왕성의 위성 중 발견된 지 10년밖에 안 된 히드라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캘리포니아주 모핏필드에 있는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제프 무어 박사는 웹사이트를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태양계에서 보았던 가장 젊은 천체 표면의 모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NASA의 또 다른 과학자 존 스펜서는 “(명왕성은) 우리로 하여금 얼음 세계의 지질활동을 일으키는 동력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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