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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 이란 핵 합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과 러시아

딸기21 2015. 7. 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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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합의가 발효돼 중동의 긴장이 낮아지는 건 세계 전체에 이득이다. 스스로 핵 보유국이면서 이란의 ‘핵 야욕’을 의심하고 군사공격론까지 들먹였던 이스라엘과 이란을 극도로 적대하는 수니 아랍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정도가 극력 반대하고 있을 뿐, 국제사회는 대부분 ‘역사적인 핵 합의’를 환영하고 있다.


이란 무기시장 노리는 러시아는 ‘승자'

그 중에서도 수혜자로 꼽히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합의로 ‘가시적인 이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핵 협상 막판 쟁점은 사찰 문제도, 제재 해제 시점도 아닌 이란의 재래식 무기에 관한 것이었다. 이란은 탄도미사일 보유 등을 금지한 유엔 제재를 없애줄 것을 원했고, 러시아도 이란 편을 들었다. 서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해 단서조항을 붙여가며 이란이 재래식 무기를 사들일 길을 열어줬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란 핵 협상에 참여했던 각국 외교대표들이 14일(현지시간) 합의문에 서명한 뒤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담당 고위대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알리 악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이로써 13년에 걸친 이란 핵 갈등은 마무리됐으며 이란 내 핵 의혹 시설 사찰과 경제제재 해제 절차가 진행된다. 빈/AFP연합뉴스


이란은 경제제재로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조금씩 풀릴 것을 기대하며 지난해 대비 올해 예산에서 국방비를 33.5%나 증액했다. 그래봤자 282조 리알(약 96억달러)로, 국방예산 규모는 주변국들에 비해 훨씬 작다. 각국 군비를 평가하는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추산치로 봤을 때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예산은 약 810억달러였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이스라엘·터키는 230억달러 정도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즈먼 연구원에 따르면 이란에 적대적인 사우디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의 총 국방비는 이란 국방비의 27~33배에 이른다. 사우디와 UAE가 미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인 탓이다.

러시아는 주변국들과의 군사력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이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2007년 러시아는 이란과 S-300 미사일 매매 계약을 맺었으나 유엔의 무기 금수조치 때문에 인도를 하지 못했다. 이 거래 규모만 8억달러에 이른다. 러시아와 이란은 올 1월에도 광범위한 군사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어, 이란 시장을 여는 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 합의 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핵 협상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놀랄만큼 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대립해온 까닭에 협상이 잘될까 싶었지만 러시아 정부는 두 사안을 놀랄 만큼 구분해서 임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몇 주 전 직접 백악관에 전화해 통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란 석유 원하는 중국도 수혜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중국을 핵 협상 타결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았다. 이란 석유가 시장에 풀리면 가장 많이 사들일 나라는 결국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핵 합의를 내다보며 이란 석유 수입량을 늘려왔다. 이 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향후 중국의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이 늘고 사우디산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은 중국의 잠재적 에너지 공급원인 동시에, 중국이 노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란은 오랜 고립과 경제제재로 인프라가 낙후됐으며 소비재 시장도 뒤쳐져 있다. 제재로 묶여있던 돈이 들어가면 이란은 인프라·설비 투자에 힘쓸 것이며 건설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소비재 시장도 커질 게 분명하다. 중국은 핵 협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으나, 러시아와 함께 이란을 엄호하는 쪽이었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도 핵 협상이 중국의 운신 폭을 넓혀줄 수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을 고립시키려다가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에 밀착되게 만들었으며, 러·중 두 나라를 유라시아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게 만드는 부메랑을 맞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은 지금까지 중동에 확고한 발판이 없었다. 중동 산유국들 대부분이 친미 아랍국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란을 ‘잠재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핵 합의에 따라 중국과 이란이 정치·경제·안보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이란 교역 규모는 지난해 518억달러다. 아직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2013년보다 31.5%가 늘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에너지와 통신·전력·인프라건설을 비롯한 전방위 협력을 다짐했다. 중국은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까지 이어지는 천연가스관을 만들고 있다. 이란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또한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이란 에너지·내수시장 노리는 기업들도 기대감

지난 4월 핵 협상의 큰 틀이 합의된 뒤 각국 기업들은 인구 8000만명의 거대 시장이자 석유·천연가스 부국인 이란에 진출할 준비를 해왔다. 제재가 풀려 이란으로 들어가게 될 돈만 해도 해도 엄청나다. 이란 의회 예산위원회는 외국 은행에 묶인 돈이 100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은 2011년 석유를 팔아 950억달러를 벌었으나 지난해에는 536억달러의 수입을 얻는 데 그쳤다. 이란 석유가 시장에 나오면 기름값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섣불리 예측하긴 힘들지만, 제재 강화 이전의 수준으로만 돌아간다 해도 수백억달러가 이란으로 유입된다. 로이터통신은 경제분석가들을 인용, 4200억달러 규모인 이란의 경제가 협상 완전 타결 뒤 18개월 동안 10% 가까이 커질 것이며 그 후로도 연간 2~5%씩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딜로이트에너지해법센터의 앤드루 슬로터는 14일 뉴욕타임스에 “이란은 세계 석유매장량의 10%, 천연가스 매장량의 18%를 보유한 나라”라면서 이란이 에너지 시장에서 사우디·러시아와 경쟁할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업들이 제재가 곧 풀리게 될 이란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란은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으나 오랜 제재로 시설이 낙후됐고, 특히 정유 능력이 크게 뒤쳐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유부문에 향후 투자돼야할 돈이 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란은 산유·정제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외국 투자와 다국적 기업들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영국·네덜란드 합작기업 셸과 프랑스 토탈, 이탈리아 ENI의 간부들이 이미 지난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측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주도 의회가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어서 미국의 대 이란 제재가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직 미국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으나, 중국과 유럽 기업들이 앞다퉈 테헤란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게 뻔하다. 뉴욕타임스는 에너지분야뿐 아니라 소비재 산업에서도 이란이 큰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이란은 인구에서 젊은이들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과 적대하는 동안에도 이란인들은 미국산 담배와 애플 컴퓨터기기에 열광해왔으며, 스타벅스를 모방한 커피숍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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