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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다리가 부러질만도 했네... 너무 바쁜 미국 국무장관

딸기21 2015. 6. 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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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장관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국무장관과 함께 여행을(Travels with the Secretary)’라는 코너가 있다. 웹페이지를 열면 존 케리 국무장관의 사진과 함께 지금까지의 방문국들이 표시된 지도와 숫자들로 본 여행기록이 나온다. 여행안내 사이트도, 항공사 사이트도 아닌 국무장관 사이트이지만 정책 홍보 못잖게 중요한 것이 세계의 국경을 넘나드는 장관의 활약상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면 그럴만도 하다.

 

케리 장관이 지난 31일 프랑스-스위스 국경지대에서 자전거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올해 71세인 케리는 대퇴부를 심하게 다쳐 헬리콥터로 스위스 제네바에 병원에 후송됐고, 일정을 중단한 채 이튿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국무부는 케리가 중상을 입었으나 의식은 잃지 않았고 안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케리는 사이클링 애호가로 유명하다. 지난 3월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 핵협상을 할 때에도 쉬는 시간에 자전거를 탔다. 


지난 3월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과 핵 협상을 할 때 시간을 내 사이클을 즐기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오른쪽)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AFP


외국에서까지 자전거를 타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해외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은 케리가 해외 출장 때에 종종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 틈이 나면 타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출장에서도 케리는 사흘새 두 대륙을 넘나들었다. 지난달 29일에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를 찾아 무함마두 부하리 신임 대통령에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했다. 30일에는 곧바로 제네바로 이동해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이달말 시한을 맞는 핵 협상 세부안을 논의했다.


협상이 길어질지 몰라 31일 하루를 비워뒀다가 밤에 미국으로 귀환할 예정이었는데, 마침 시간이 나 자전거를 탔다가 그만 봉변을 당한 것이다. 1일과 2일로 예정됐던 스페인 방문, 프랑스 파리 이슬람국가(IS) 대책회의는 화상회의로 돌리거나 연기했다.

 

국무장관은 미국의 외교 수장으로서 1만2000명의 국무부 직원들을 통솔한다. 대통령과 함께 외교정책을 세울 뿐 아니라, 의회와 국민을 상대로 정책을 홍보하고 설득하는 일도 해야 한다. 이민 문제도 총괄해야 하며, 심지어 미국 정부의 상징인 문장(紋章)관리도 국무장관 몫으로 돼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www.state.gov) 화면 캡처


냉전이 끝난 뒤 세계가 더욱 복잡다단해지면서 미국 국무장관은 동서 대결이 한창이던 때보다 훨씬 더 바빠졌다.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케리는 취임 뒤 2년3개월 동안 356일을 해외에 나가 있었다. 비행기 탑승시간만 1778시간, 이동거리는 81만9000마일(131만km)에 이른다.

 

그러나 케리도 전임자인 힐러리 클린턴은 못 따라간다. 케리는 지금껏 63개국을 찾았으나 클린턴은 재임기간 112개국을 방문했다. 2위는 빌 클린턴 정부 때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96개국)다. 이동거리로 보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콘돌리자 라이스가 106만마일로 1위, 클린턴은 95만마일로 2위다. 이렇게 돌아다니는 국무장관의 연봉은 지난해 기준 20만1,700달러(2억2400만원)이다. 


초대 국무장관인 토머스 제퍼슨을 비롯, 국무장관 출신으로 미국 대통령이 된 사람은 6명이며 클린턴이 만일 당선된다면 7번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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