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반둥회의 60년, 다시 시동거는 중국의 '비동맹 외교'

딸기21 2015. 4. 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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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인도네시아 서(西)자바의 반둥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주인 격인 수카르노 당시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을 비롯해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의 요시프 티토, 이집트의 가말 압둘 나세르, 2년 후 가나의 첫 대통령이 될 크와메 은크루마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일제히 한 곳에 모인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 중에서도 누구보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외교무대를 이끈 인물은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였다.

 

‘반둥회의’로 알려진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오는 18일로 60주년을 맞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반둥에서 19~24일 열릴 60주년 기념회의를 앞두고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냉전 시기 미-소 어느 진영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며 개발도상국들의 연대와 협력을 다짐했던 ‘비동맹그룹’의 재결집이 이뤄질지가 관심거리다. 1955년 반둥의 주역이 저우언라이였다면, 올해의 주인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55년 4월 반둥회의에 참석한 자와할랄 네루(인도), 크와메 은크루마(가나), 가말 압둘 나세르(이집트), 수카르노(인도네시아), 요시프 티토(유고슬라비아).


반둥회의란


냉전시기 미-소 양 진영 어느쪽에도 들어가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고 천명한 제3세계 국가들의 회의체다. 1955년 4월 18~24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25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것이 시발점이 됐으며 이후 이 국가들은 ‘비동맹그룹’이라 불렸다. 저우언라이, 네루, 나세르, 수카르노, 은크루마, 티토를 비롯한 지도자들은 인종·민족·국가간 평등과 열강에 휘둘리지 않는 안보협력 등을 담은 10개항의 ‘반둥 선언’을 채택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법률자문기구(AALCO) 총회 개막연설에서 ‘반둥 정신’을 언급하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정치 질서를 더욱 공정하고 이성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유엔 체제의 핵심인 전후 국제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올 반둥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이번 회의에서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다시 잇는 ‘일대일로’ 계획에 각국의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개도국 진영의 맹주임을 다시금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3일 장쑤성 롄윈강에서 반둥 정신을 되새기는 국제회의를 열기도 했다.


반둥회의에서 만난 저우언라이(왼쪽)와 네루(가운데)


자카르타포스트는 중국이 반둥에 ‘저우언라이 기념정원’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반둥회의가 맨 처음 열렸던 네덜란드 식민시절의 유산인 메르데카 빌딩은 지금은 비동맹 기념관이 돼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메르데카 주변을 참가국들을 위한 기념무대로 만들고 퍼레이드와 전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반둥회의의 모체는 1949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회의였다.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나라들, 혹은 독립을 앞두고 있던 지역들은 6년 뒤 반둥에 모여 유엔 헌장에 담긴 국가·인종·민족 간 평등을 추구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다짐했다. 비동맹그룹 혹은 비동맹운동으로 명명된 이들의 움직임은 냉전시기 열강들 간 경쟁과 선을 그은 남-남 협력의 모체가 됐다. 냉전이 끝나고 비동맹그룹의 공동 움직임은 줄었지만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되살아나고 있다. 2005년 열린 50주년 기념회의에는 106개국이 대표단을 보냈다. 올 회의에는 아시아 54개국, 아프리카 46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춘계대제 때 참배하지 않는 대신, 22~23일 반둥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는 이 자리에서 종전 7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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