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불치병 러시아인, ‘머리 이식 수술’ 자원  

딸기21 2015. 4. 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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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프랑스의 유명 외과의사 장 미셸 뒤베르나르 박사가 이끄는 의료진이 개에게 물려 얼굴을 크게 다친 38세 여성에게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은 얼굴 일부를 이식했다. 이 여성은 얼굴을 심하게 다쳐 음식을 씹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페이스오프 수술’이라고 불렸던 사상 최초의 이 안면이식 수술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면역체계 이상이나 감염에 대한 우려가 나오긴 했으나 환자는 다행히 회복됐고 몇년 뒤 ‘새 얼굴’에 적응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화 <페이스오프>로 널리 알려진 안면이식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기록됐지만, ‘머리 이식’은 어떨까. 이탈리아의 신경외과의 세르지오 카나베로는 2013년 국제신경외과학회보에 사람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신체에 이식하는 수술을 시도해보겠다는 글을 싣고, 머리 이식의 앞글자를 따 이 계획을 ‘헤븐(HEAVEN·천국)’이라고 이름붙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발표되자마자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머리와 몸 사이의 척추신경을 연결하고 피부와 뼈 등 복잡한 조직을 결합시켜야 하는 초고난도의 수술인데다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미국 클리블랜드의 한 의과대학 연구팀이 원숭이의 머리를 이식한 적 있으나, 수술 뒤 면역 문제로 8일 만에 원숭이가 죽었다. 카나베로는 2017년까지는 인체 머리 이식 수술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엄청난 수술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지원자가 없어 난항에 부딪쳐왔다. 


 

마침내 자원자가 나타났다. 발레리 스피로도노프라는 러시아의 30세 컴퓨터공학자다. 그는 “카나베로 박사의 수술에 자원하기로 했으며, 내 결심은 확고하다”고 말했다고 모스크바타임스 등 러시아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사상 최초의 ‘머리 이식수술’에 자원자로 나선 러시아의 발레리 스피로도노프. 사진 모스크바타임스(themoscowtimes.com)


스피로도노프는 베르드니크-호프먼증후군이라는 척수 질환을 앓고 있다. 이 병으로 근육이 위축돼 휠체어 등의 의존수단이 없으면 거동하기 힘든데, 최근 몇년 새 증세가 갈수록 악화돼 고통을 겪어왔다. 생존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의료진들은 보고 있다. 

 

그는 2년 전 인터넷을 통해 카나베로 박사의 계획을 접했으며, 이후 메신저를 이용해 카나베로와 접촉해왔다. 스피리도노프는 뇌사 상태의 환자나 사형수의 몸을 기증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날을 그냥 기다리기보다는 과학에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술비 문제가 남아 있어, 수술이 성사될 지는 불투명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수술에 36시간 정도가 걸릴 것이며 비용만 750만 파운드(약 12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인체 이식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2003년 중국 의료진이 피부암 환자에게 귀와 두피를 이식한 적 있고, 2005년에는 뒤베르나르 박사가 안면이식에 성공했다. 뒤베르나르는 1998년에는 손 이식 수술을 했었고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팔 이식에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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