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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충격’ 베네수엘라 더 고립되나...미국은 제재 추진  

딸기21 2014. 12. 1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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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충격’이 라틴아메리카를 강타하자 세계의 눈길은 베네수엘라로 향하고 있다. 저유가로 국고가 비어가는 차에 정치적 타격까지 입은 베네수엘라는 더욱 고립될 것이며, 결국 반미 수사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 우고 차베스가 주창한 ‘21세기 사회주의’의 경제적 바탕은 베네수엘라의 페트로달러(석유 수익)였지만 정신적 지주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였다.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합의 뒤에도 아직 그의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88세인 그는 7월에도 남미 지도자들의 방문을 받았고 건강에 심대한 이상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아직 침묵하고 있다. 그가 직접 대중들 앞에 모습을 보인 것은 올 1월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전격적인 합의 뒤에는 피델의 동의가 있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 기고를 통해 중요 사안에 대한 견해를 밝혀왔는데 가장 최근인 10월 14일에 기고한 글은 미-쿠바 관계개선을 촉구한 미국 뉴욕타임스 사설에 화답하는 내용이었다. 라울이 2006년 권력을 넘겨받은 이래로 여러 경제개혁 조치를 도입했는데 피델은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었다. 쿠바 제재 해제를 줄곧 요구해왔고 피델과도 친했던 것으로 알려진 미국 잡지 레플리카 매거진의 막스 레스닉은 18일 “(이번 합의는) 피델의 축복 속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이 쿠바와 53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이날 국영방송 연설을 통해 양국 간의 국교 정상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아바나 _ AP·AFP연합뉴스

 

이는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뜻이다. 차베스의 후계자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반미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외교전문가 밀로스 알칼라이는 “모든 정황으로 봐서 (라울) 카스트로는 마두로와 전혀 논의하지 않고 워싱턴과 비밀협상을 한 것”이라고 AFP에 말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2010년 서로 대사를 철수시켰다. 


반면 워싱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의장의 교차방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오바마가 쿠바를 방문할 가능성을 내비친데 이어, 18일 정례브리핑에서는 “카스트로가 의사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미국 방문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바 인권문제를 조건으로 달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카라카스의 여론조사기관 다틴코프 정치분석가 헤수스 세기아스는 “마두로는 반제국주의 정치노선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이며, 최대 동맹이던 쿠바가 ‘제국’의 동맹이 됐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대선에서 마두로와 박빙 승부를 펼쳤던 야당 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때를 놓치지 않고 이 합의가 “베네수엘라에도 심오한 함의를 지닌다”며 마두로를 공격하고 있다. AFP는 “베네수엘라는 정치지형의 변화 속에 더욱 고립될 것”이라며 마두로도 반미 수사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남미 정치의 지각변동도 점쳐진다. 남미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은 차베스 사후 많이 약화된 상태다.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 좌파정권은 반미노선과 선을 긋고 사회경제적 개혁에 치중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냉전의 마지막 장이 닫힌 것이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나라들도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미-쿠바 합의를 높이 평가했다. AP는 미국이 중남미에서 실추됐던 위상을 회복하고 주도적인 위치로 부상할 것이며,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는 최대 패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베네수엘라의 행로를 정할 결정적인 요소는 기름값이다. 베네수엘라는 페트로카리브라는 원조프로그램을 통해 쿠바에 매일 10만배럴씩 석유를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재정적자가 커지자 쿠바마저 그 여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라울이 미국과 손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 참에 베네수엘라도 길들이겠다는 태세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초 마두로 정권이 반정부 시위를 유혈진압한 것을 빌미로 18일 제한적 경제제재 법안에 서명했다. 전면 금수조치는 아니며 마두로 정권 인사들의 미국 입국금지와 자산 동결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가 받을 압박감은 몹시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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