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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극우파에 공격받은 예루살렘 유대-아랍 공동학교, “그래도 해법은 공존 뿐“

딸기21 2014. 12. 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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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해법은 공존’ 뿐이다.”

 

예루살렘에 있는 막스레인 학교는 유대계와 아랍계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으며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법을 모색해온 학교다. 이스라엘 정부가 ‘유대 민족국가’로 국가정체성을 규정하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스라엘 전역에 아랍어와 히브리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이중언어’ 학교들이 여럿 있다. 이런 학교들은 방과 후에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관용과 인내를 키우도록 가르치는 활동을 한다.

 

아랍어, 히브리어로 수업하는 공동체 학교 노린 공격


막스레인도 그런 학교 중의 하나다. 이 학교는 ‘핸드 인 핸드’라는 비정부기구가 주체가 되어 운영을 하며,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포함돼 있다. 그런데 막스레인이 지난 29일 유대 인종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유대민족 우월주의를 주장해온 극우파는 이 학교 초등생 교실에 불을 질렀다. 다행히 토요일 오후 8시쯤에 벌어진 일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건은 학교를 사랑해온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불에 탄 교실에는 “아랍인들에게 죽음을”, “암과의 공존 따위는 없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은 전했다.


유대 인종주의자들의 공격으로 불에 탄 예루살렘 막스레인 학교 교문 앞에 29일 한 아랍계 소녀가 서 있다. 사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웹사이트(timesofisrael.com)


지난 5월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는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유대교 신학생 3명이 실종됐다가 6월말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어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소년을 납치해 끔찍하게 살해했다. 소년들의 죽음이 이·팔 보복전으로 번지면서 이스라엘이 무력점령한 동예루살렘 곳곳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조직 하마스를 유대인 소년들 납치살해 주범으로 몰면서 가자를 공습, 학살극을 자행했다. 

 

50여일 만에 가자 침공은 끝났으나 그 뒤 유대인을 겨냥한 흉기 공격 등 이른바 ‘외로운 늑대’ 형의 공격이 줄을 이었다. 그러자 유대 극우파들이 아랍계를 잇달아 보복공격하기 시작했다. 막스레인 방화도 이런 공격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학교 측은 통합 교육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나디아 키나니 교장은 인종주의자들의 공격을 “경멸할 짓”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런 공격 때문에 공동체 학교 운영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아랍계와 유대계가 이스라엘에서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이 학교에 다니는 16살 아랍계 학생 아브라함 샤힘도 “우리 학교에선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모두 형제자매다.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힘은 “우리는 아랍계와 유대계가 이스라엘에서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며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서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방화 사건이 벌어진 뒤 지역 후원자들, 정치인들과 조용히 향후 방향 등을 토론하며 학생들을 다독이고 있다.

 

집권 리쿠드당 내 강경파인 치피 리브니 법무장관은 인종주의자들의 학교 공격 같은 행위에 대해 ‘관용 제로(zero tolerance)’를 선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런 공격을 비판하면서 유대계와 아랍계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모셰 야알론 국방장관도 극단적인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는 등, 정부 지도자들이 나서서 이례적으로 막스레인 공격을 강력 비판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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