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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괄라 대학생 집단 납치 전말... 지금 멕시코에선

딸기21 2014. 11. 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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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에 다니던 학생들이 사라졌습니다. 무장한 갱들에게 집단 납치된 것 같습니다. 경찰에게 범인을 잡고 학생들을 찾아내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갱들과 결탁돼 있었네요.

얼마 뒤 학생들이 사라진 곳 부근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습니다. 
끔직하게 훼손된 시신들. 학생 부모들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다행히 끌려간 학생들은 아니라네요. 학생들을 찾기 위한 작전을 벌이는데 계속 집단 무덤들이 발굴됩니다. 학생들은 어디에 있으며, 이 많은 시신들은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요. 


멕시코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9월 26일이었습니다. 멕시코 남부 이괄라 부근 아욧시나파에 있는 라울 이시드로 부르고스 교육대학의 학생 43명이 괴한들에게 끌려갔습니다. 당시 학생들은 정부의 교육예산 지원 차별과 비리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러 이괄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시위하러 가던 학생들을 향해 총 쏜 경찰과 괴한들


이 학생들을 현지 경찰과 무장 괴한들이 막아서더니 총을 쐈습니다. 6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습니다. 이어 괴한들이 학생 58명을 납치해갔습니다. 그 중 15명은 살아 돌아왔고 나머지는 아직도 실종 상태입니다.


In this Oct. 16, 2014 photo, a man places a missing persons' poster offering 1,000,000.00 Mexican pesos or about 74,000.00 U.S. dollars, leading to information on 43 college students who went missing, in Chilpancingo, Mexico.(AP Photo/Eduardo Verdugo)


A woman marches with leaflets with the images of missing students attached to her body, during a protest against the disappearance of 43 students from the Isidro Burgos rural teachers college, in Mexico City, Wednesday, Oct. 22, 2014.(AP Photo/Eduardo Verdugo)


당초 경찰은 학생들이 지나가는 버스를 강제로 세우려고 해 추격전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학생들은 오히려 경찰의 공격을 받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차들에 태워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방정부의 조사로 밝혀진 바로는, 현지 경찰이 자기네와 결탁한 범죄조직 ‘게레로스 우니도스’에 학생들을 넘겨줬다고 합니다. 


경찰이 범죄조직에 학생들 넘겨줘


납치극의 배후에는 이괄라 시장인 호세 루이스 아바르카와 부인인 마리아 데 로스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시위에 나선 날은 지역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마리아가 한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기로 돼 있었고, 학생들은 이 회의장에서 시위를 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시 경찰서장인 펠리페 플로레스 벨라스케스도 시장 부부와 한 통속이 돼 집단 납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당국은 부랴부랴 조사에 나섰습니다. 연방정부는 게레로 주 주요 도시의 경찰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연방경찰을 배치했습니다. 


Soldiers stand guard around the site where forensic examiners were searching for human remains, in the densely forested mountains outside Cocula, Mexico, Tuesday, Oct. 28, 2014. Suspects arrested this week told prosecutors that many of the 43 students who disappeared Sept. 26 from Iguala had been held near this location. (AP Photo/Rebecca Blackwell)


10월 5일, 이괄라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시신 28구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구타와 고문을 당한 흔적이 역력했으며 일부는 산 채로 불태워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며칠 뒤 경찰은 “부검 결과를 보니 시신들은 학생들의 것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숨진 이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이 또한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납치 배후엔 시장 부부... 시장 부인 언니는 범죄조직원


경찰의 부패는 속속 드러났습니다. 22명의 경찰이 게레로스 우니도스 조직과 협력해온 것으로 드러나 체포됐습니다. 우니도스 조직원 8명도 붙잡혔습니다. 


아바르카 시장은 이 사건과 별개로, 인권활동가 고문살해에 직접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부인 마리아의 언니는 마약조직인 벨트란-레이바 카르텔의 악명 높은 조직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시장 부부와 경찰서장은 궁지에 몰리자 도주해버렸습니다. (부부는 한 달이 넘게 숨어 있다가 11월 4일 체포됐지요. 연방경찰은 아바르카 부부를 지난 4일 붙잡아 멕시코시티 내 수감시설에 구금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괄라는 물론, 멕시코 곳곳에서 당국의 부패와 치안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납치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괄라가 있는 게레로주의 주도 칠판싱고에서는 10월 13일 주 정부 청사가 불타기도 했습니다. 


Demonstrators hold torches in front of the Mexican Independence Momument during a march in protest for the disappearance of 43 students from the Isidro Burgos rural teachers college, in Mexico City, Wednesday Oct. 22, 2014.(AP Photo/Marco Ugarte)


22일 연방정부는 아바르카 시장이 마리아의 연설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경찰에 학생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날 멕시코시티에서는 분노한 시민 5만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베네수엘라, 미국 텍사스 등의 히스패닉 학생들도 멕시코 정부의 무능과 학생들 피랍에 항의했습니다.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에서도 학생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게레로 주지사는 이튿날 사임의사를 밝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가족들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범죄조직 우두머리는 잡혔지만... 학생들은 어디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금된 사람은 57명에 이릅니다. 우니도스의 우두머리도 검거됐습니다. 그러나 아직 학생들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수사를 맡은 연방군은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학생들이 묻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을 파보았고 시신 총 38구를 발견했으나 모두 학생들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군은 최근 붙잡힌 우니도스 조직원 2명으로부터 “학생들을 넘겨받았다”는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군은 이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이괄라에서 17km 떨어진 코쿨라 지역을 조사하다가 또 다시 집단 매장지를 찾아냈습니다. 


사라진 학생들의 부모들은 당국을 못 믿겠다며 아르헨티나의 부검의와 검시 전문가들을 불러 조사하게 했습니다. 아직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발견된 주검들과 유해들은 모두 20대 남성들의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등은 전했습니다. 


View of the municipal palace of Iguala after unknown men set it on fire in Iguala, Guerrero State on October 22, 2014. Mexico on Wednesday ordered the arrest of the mayor of the city of Iguala, his wife and an aide, charging they masterminded last month's attack that left six students dead and 43 missing. AFP PHOTO/JESUS GUERRERO..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정부는 이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29일 멕시코시티의 관저에서 실종 학생들 가족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그래도 멕시코 대통령은 피해자 부모들을 만나주네요


한 달이 넘도록 자식들을 찾아 헤매며 애태워온 부모들은 6시간에 걸친 면담에서 당국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가족들은 대통령이 엄정한 수사를 문서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관저를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습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매일 가족들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주고 수색을 강화하겠다는 것 등과 함께, 실종자·희생자·부상자 가족 지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대통령은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든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으나 이미 당국에 대한 불신은 땅에 떨어진 상태입니다. 


멕시코 전역을 나눠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는 7~8개의 마약 카르텔들은 납치, 고문, 살해 등의 잔혹한 범죄를 일삼아왔습니다. 이런 대규모 카르텔들 말고도 우니도스처럼 지역 정부나 경찰과 유착된 범죄조직들이 수천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마약갱 소탕작전'과 폭력의 악순환


멕시코 정부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 시절인 2006년부터 마약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였습니다. 2012년 집권한 페냐 니에토 대통령도 마약갱과의 전쟁을 이어받아 펼치고 있으나, 극심한 부패 때문에 소탕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10월 22일 멕시코시티에서 43명의 학생들이 실종된 사건에 항의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도심 행진에는 수만명이 참가했다. 멕시코시티_AP연합뉴스


마약조직을 잡겠다고 나선 군이 오히려 대량살상과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일도 허다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무장해 ‘자경단’을 만들어 군과 맞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마약범죄 소탕에 나선 군이 지난 6월 남부 멕시코주의 틀라틀라야시에서 마약조직과 교전을 했는데, 이미 투항한 갱 조직원 15명을 즉결처형한 사실이 드러나 최근 인권위원회의 고발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갱 소탕작전으로 지난해까지 숨진 사람은 12만명이 넘으며, 실종자는 2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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