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전 세계에 ‘국적 없는 사람’ 1000만명

딸기21 2014. 11. 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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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소속되게’ 하자.” 

세계에는 200개 가까운 나라가 있고, 사람이 거주하는 지구 상의 모든 지역은 어느 나라엔가 소속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에서 1000만명이 어떤 국적도 없이 살아가며, 10분마다 한 명씩 국적 없는 아이들이 태어난다. 이들 중에는 국가의 탄압 속에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무국적자’가 된 이들도 있고, 난민의 자녀로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국적 없이 자라는 아이들도 있다. 국가로부터 시민임을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도 포함된다. 

국적이 없다는 것, 어떤 곳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이들은 정부나 국가기구 혹은 사회가 주는 혜택과 보장을 누리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간다. 이들은 평범한 시민들이 갖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부정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이런 사람들에게 ‘소속’을 주자는 ‘나는 소속돼 있습니다(I Belong) 캠페인을 4일 시작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하면서 캠페인을 출범시켰다. 난민기구는 공개서한을 지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향후 10년 동안 이 캠페인을 지속할 계획이다. 

유엔난민기구의 ‘나는 소속돼 있습니다(I Belong)’ 캠페인 웹사이트(ibelong.unhcr.org)

이날 난민기구 웹사이트에 공개한 서한에서 “국적이 없는 상태(statelessness)라는 것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의학적인 도움도 받지 못하며 합법적으로 고용되지도 못하는 삶, 자유로이 이동할 수도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삶을 뜻한다”며 “이제는 이런 상태를 근절시킬 때”라고 밝혔다. 난민기구 특사인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국적이 없다는 것은 법적인 신분이 없고 여권도 투표권도 없으며 교육받을 기회조차 없거나 매우 적다는 의미”라면서 “이런 배제를 끝내는 것은 모든 정부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무국적자들은 민족·종교·혹은 성별 때문에 차별을 받고 사회적으로 배제돼 있는 사람들이다. 난민기구에 따르면 27개국이 여전히 여성들을 시민·국민으로 인정하고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유엔은 이미 1954년 ‘국적 없는 사람들의 지위에 대한 협약’을 채택했다. 이번 캠페인은 이 협약 60년을 맞아 다시 관심을 환기시키고 무국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 후 배제돼 있던 사람들을 국민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각국의 조치가 잇따랐다. 2008년 방글라데시 법원이 파키스탄 출신 우르두어 사용자 30만명에게 시민권을 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도 주변국들로부터 이주해와 장기간 거주해온 사람들에게 지난해 국적을 줬다.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은 옛소련이 붕괴된 뒤 무국적 상태로 남아 있던 6만5000명을 2009년 국민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지역분쟁이 심해지면서 무국적 상태인 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대량학살에 가까운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내전 때문에 국가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된 시리아가 대표적인 예다. 분쟁지역을 탈출한 부모들에게 국적이 있었다 해도, 피란지에서 태어난 난민 자녀들은 무국적 상태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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