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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미성년자라도 신원공개해야” 영 법원 판결  

딸기21 2014. 11. 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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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알 권리’가 중요한가, 미성년 범죄자의 인권 보호가 우선인가. 영국에서 15세 살인범의 신원 공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반년 전 영국 리즈의 한 학교에서 10대 소년이 교사를 살해한 뒤 체포돼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범인이 미성년자라는 것 때문에 왜 끔찍한 살인 계획을 세웠는지,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은 보도되지 않았다. 미성년 범죄자들에 대한 보호규정에 따라 경찰과 언론은 자세한 상황을 비공개로 남겨뒀던 것이다. 그러자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름·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과, 아직 10대에 불과한 소년의 신원을 드러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리즈 법원은 3일 “범죄의 심각한 본질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년의 신원에 대한 보도 제한을 풀었다. 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피고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공익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년이 사이코패스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을 언급하며 “매우 위험한” 인물이고,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채로 석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성년자이므로 형기를 정하지는 않고 “최소 20년 이상 복역해야 한다”고만 판결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3일 일제히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교사를 살해한 윌리엄 코닉이라는 소년의 이름과 사진을 실었다. 


코닉은 지난 4월 교실에서 스페인어 교사인 앤 매과이어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했다. 수사 과정에서 코닉이 살해 대상 리스트를 만들어 교사 3명의 이름을 적어놓았고, 그 중 첫번째 희생자가 리스트의 맨 위에 있는 매과이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닉은 범행 전 페이스북 등에 “매과이어를 살해하겠다, 감옥에 들어가면 평생 돈 걱정 밥 걱정은 없지 않느냐”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재판 과정에서도 전혀 뉘우치거나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다. 코닉의 정신상태를 조사한 의사들은 “범행을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코닉이 살인을 저지르기 전 동급생들에게 윙크까지 했던 사실도 보도됐다. 코닉이 살해 리스트에 적어놓았던 교사 1명은 임신 상태였는데, 코닉은 붙잡힌 뒤 “교사와 아기 모두 살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만 16세가 된 코닉은 선고를 받을 때 이례적으로 부모와 함께 법정에 섰다. 법원이 코닉 부모의 요청에 따라 특별 허가를 해준 것이다. 재판 뒤 검사는 “부모조차 아들이 왜 그렇게(살인자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숨진 매과이어의 유족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범죄의 책임 일부를 면해준다면, 그 나머지 책임은 누가 져야 한단 말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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