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제약업계, 에볼라 백신 찾기 위해 뭉친다

딸기21 2014. 10. 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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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국에서 유행하는 질병들에 대해서는 백신·치료제 개발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거대 제약회사들이 ‘에볼라 위기’를 맞아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임상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된 백신이 서아프리카 국가들과 의료담당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2일 보도했다.

 

미국 제약회사 존슨&존슨의 개발부문 책임자 폴 스토펠스는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이 양산 단계에 들어가면 내년 안에 100만명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토펠스는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도 백신 개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거대 제약회사들을 꼬집는 카툰. http://imgur.com/


존슨&존슨은 덴마크 회사 바바리안노르딕과 함께 2단계로 된 에볼라 백신을 개발해왔다. GSK는 이와 별도로 백신을 만들고 있으며 미국의 소규모 제약회사인 뉴링크 지네틱스도 에볼라 백신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GSK의 앤드루 위티 회장은 “최근 며칠 동안 존슨&존슨 측과 백신개발 문제를 얘기해왔다”며 “이번 주 안에 여러 회사가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백신·약품 공급의 ‘병목 현상’을 없앨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세계에 퍼졌을 때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가 치료제 타미플루 생산을 독점했다가 “생명을 구할 약품으로 기업 이익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들어 에볼라 위기가 확산되자 제약회사들이 ‘돈 되는’ 선진국 환자들용 약품에만 몰두하고 저개발국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투자는 게을리한다는 지적이 다시 나왔다. 거대 제약회사들이 이런 분위기를 의식, 경쟁을 잠시 접고 협력에 나선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인포그래픽] 한 눈에 보는 에볼라

 

여러 회사가 에볼라 백신을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없다. GSK와 뉴링크 제품은 현재 임상실험 중이고 존슨&존슨의 백신은 내년 초 실험에 들어간다. 제약업계의 협력체제가 가동되면 여러 후보 중 효과가 가장 뛰어난 백신을 찾아내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에볼라 백신 개발과 발병지역 의료품 지원에 2억유로(약 267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계획이다. 


(기생충 정준호님의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

대형 제약회사들이 뛰어들기 시작한 건,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


에볼라 백신 사업에 GSK와 존슨&존슨이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는 소식이다. 인도주의적 사업에 소홀해왔고, 그에 따른 비판 때문에 대형 제약회사들이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에야 제약회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실 에볼라라는 충분한 ’시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이들이 뛰어 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게다가 주변 상황은 대형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을 꺼리는 이유, 즉 고위험-고수익이라는 제약회사의 전통적인 사업 특성을 비껴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EU에서는 2400만 유로에 달하는 에볼라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고, 미 국립보건원, 미 국방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 기관, 게이츠 재단 같은 NGO들에서 수천만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계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임상시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임상시험 문제도 벽이 낮아졌다. WHO의 결정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유행에서 ‘인도적인 목적’으로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실험단계 약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되었다. 


신약 개발은 막대한 후보물질 투자 비용에 비해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특허권과 막대한 로열티 수입으로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독특한 형태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혹은 다들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 특히 에볼라를 보면 제약회사들이 사실상 실패의 위험성을 ‘외주’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즉 신약 물질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비용 중 상당부분을 정부 기관들이 대주고 있는 것이다.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연구비로 민간 대형 제약회들이 신약 연구를 진행하며, 이 공공기금을 통해 개발, 생산된 약품의 특허권은 다시 회사가 가져가는 형태인 것이다. 위험을 공공부분에 외주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명분은 챙겨가며, 서아프리카 지역의 기초 보건 시스템 발전에 지원되어야 할 돈을 약품 개발에 상당부분 전용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백신이 개발된다면 최소 수백만의 서아프리카 주민들이 접종 대상자가 될 것이며,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아프리카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각국 군대나 파견자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판매를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국가 지원 사업이므로 이에 대한 기회 비용도 사실상 없는 셈이다. 간단히 줄이자면 현재 에볼라 약품 개발 사업에 대형 제약회사들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은 외부적 압력의 문제가 아닌 에볼라가 수익성이 보이는 사업 아이템이 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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