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에볼라 사태로 주목받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어떤 기구?

딸기21 2014. 10. 7. 15:44
728x90

서아프리카 국가들을 마비시킨 에볼라가 대서양과 지중해를 건너 미국·스페인 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라이베리아인 남성이 에볼라 진단을 받은 뒤 공포증이 신드롬처럼 퍼지고 있다. 에볼라 초동대처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보건의료 당국의 대응에 연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전염병들이 돌 때에 세계보건기구(WHO)보다도 더 주목을 받는 기구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다.

 

미국의 풍자 전문 잡지 ‘어니언’은 6일 “CDC가 에볼라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그 방법은 ‘에볼라보다 더 나쁘게 죽는 방법도 많다’고 홍보하는 것이다”라는 기사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토머스 프리든 국장이 “에볼라 위험이 과장돼 있다, 미국에서 에볼라가 폭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CDC가 산아조절과 작업장 보건관리, 공공의료 통계조사같은 일들까지 영역을 확대하다보니 정작 전염성 질병의 확산과 통제를 막는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국장인 프리든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밑에서 뉴욕시 보건·정신위생담당관으로 일하며 흡연 규제와 비만퇴치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어서, 전염병 통제 전문가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의 밥 케이시 상원의원은 같은 날 MSNBC방송에 출연해 이 기구의 예산이 최근 몇년 새 줄곧 줄어든 것을 지적하며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록 난타를 당하고는 있지만 CDC는 세계 최대의 보건·의료 관련 기구다. 유엔 세계보건기구(WHO)이 세계 147개국에 8500명의 직원을 둔 반면, CDC는 미 전역에 1만명 이상의 직원이 있다. 계약직까지 합하면 고용인원은 1만5000명 규모로 늘어난다. 예산이 근래 줄었다고는 하지만 올해 한 해 동안 책정된 돈만 66억달러다. 산하 기구인 독성물질·질병등록(ATSDR)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연간 전체 예산은 무려 113억달러(약 12조원)다. WHO의 연간 지출액 40억달러의 3배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WHO도 에볼라 위기같은 긴급사태에는 CDC에 많은 걸 의존한다. 지난 8월 CDC가 전문가 수십명을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 파견한 것이 한 예다. 인체에 전염되는 조류독감, 신종플루, 아시아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같은 질병이 퍼질 때면 WHO와 국제 공동방역에 나서고, 통계를 발표하기도 한다. 애당초 CDC는 국제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조직된 기구다. WHO보다 2년 빠른 1946년 창설된 이 센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지역의 말라리아 치료·예방운동을 하던 기구에서 출발했다.

 

뒤에 이 센터의 역할은 전염병, 만성질환, 장애·상해, 직업병과 작업장 관리, 환경보건 등으로 확대됐다.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당시 자이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때 진단결과를 확인한 것도, 1981년 인체 면역체계를 고장내는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의 발견을 공표한 것도 CDC였다. 훗날 이 질병은 에이즈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이 기구의 역사엔 오점도 없지 않다. 2003년 미국은 생물·화학·방사능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보유의혹을 들며 이라크를 침공했으나, 1980년대에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에게 생물학무기의 원료물질을 전해준 장본인은 CDC였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