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유럽 도시들이 올림픽 유치를 거부한 이유는

딸기21 2014. 10. 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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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평창에 고배를 마셨다. 그후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다시 나서려 했다가 결국 유치전을 포기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스위스 다보스, 노르웨이 오슬로 등도 마찬가지로 올림픽 유치 계획을 ‘폐기’했다. 유럽에서는 주민들에게 별 혜택이 없고 재정적으로도 손해가 더 큰 올림픽같은 대형 국제행사 대신에, 환경을 지키고 실리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환경 파괴하고 돈 들어가는 올림픽 반대" 뮌헨 등 주민투표로 '유치계획 폐기'

지난 5월 독일 남부 바바리아주에서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결과는 “유치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가미쉬, 뮌헨, 트라운슈타인, 베르히테슈가드너란트 등 바바리아주의 4개 투표구에서 모두 올림픽 유치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나왔고, 반대론이 승리를 거뒀다. 


독일 뮌헨의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계획에 반대하는 ‘노 올림픽(NOLYMPIA)’ 캠페인 측이 지난해 11월 시위를 하고 있다. 뮌헨이 위치한 바바리아주는 지난 5월 주민투표를 거쳐 결국 유치계획을 철회했다. 사진 슈피겔·dpa


뮌헨은 1972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적이 있다. 뮌헨 시 측은 세계에서 최초로 하계·동계 올림픽을 모두 치르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평창에 패했다. 그후 독일 내에서는 대형 스포츠행사를 유치해 재정을 퍼부어 경기장을 짓는 것이 바람직한 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났다. 녹색당은 올림픽 경기장을 짓기 위해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전선의 선두에 섰고, 주민들은 ‘노올림피아(NOlympia)’라는 반대 캠페인을 조직해 당국을 압박했다.

도이체벨레 등 독일 언론들에 따르면 반대론자들의 입장은 명확했다. “올림픽 정신과 올림픽이라는 행사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치에 나서겠다는 당국의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고,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데다, 환경을 파괴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었다. 도시 홍보효과를 거론하며 개최를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으나, 주민투표 뒤 모두 승복했다.

"
우리에겐 그런 큰 경기장들이 필요가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다음달 14일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신청 접수를 마감한다.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던 뮌헨이 물러섬으로써, 유치 의사를 밝혀왔던 노르웨이 오슬로 등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오슬로 시의 대회 유치전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회는 이달 말 오슬로 올림픽 유치를 지원할지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지만, 중앙정부의 방침이 이미 정해진 이상 오슬로 역시 유치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과 스위스 다보스 등 동계올림픽 개최를 고민하던 유럽 도시들은 이미 올들어 유치계획을 폐기했다. 스톡홀름 당국은 주민투표 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에겐 그런 큰 경기장들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2년 동계올림픽을 꿈꾸는 도시는 중국 베이징과 카자흐스탄 알마티 정도로 줄었다. 유럽 도시들이 줄줄이 경쟁에서 물러선 데에는 올초 치러진 러시아 소치의 개최비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소치 대회를 위해 러시아가 무려 510억달러(약 54조1700억원)를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이만한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이 커진 것이다. 스위스 주민투표의 핵심 이슈는 올림픽으로 인한 환경파괴였으나, 연방정부가 “유치시 개최비용 11억달러 정도가 모자라 주민 기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반대표를 늘린 요인이 됐다. 


올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대시위 역시, 대형 행사의 효과를 꼼꼼히 따져봐야 함을 보여준다. 브라질 노동자당 정부는 2002년 집권 이래 빈민가(슬럼)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 주효했던 것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건축사업과 빈민가 일자리 창출을 연결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 데에 예산이 쏠리면서 최근 몇년 새 빈민 지원 예산이 끊겼고, 오히려 주민들은 이 대회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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