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고든 브라운 뜨고, 캐머런 지고... 4년만에 바뀐 두 사람의 처지

딸기21 2014. 9. 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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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시절 인기가 바닥을 쳤던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갑자기 ‘떴다.’ 2010년 총선 뒤 보수-자민 연립정권에 자리를 내주고 의회의 ‘백벤처(backbencher·뒷좌석에 앉는 의원)’로 물러섰던 그가, 스코틀랜드의 분리 반대여론을 규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것들을 생각해보라" 분리 반대론자들에 호소


브라운은 잘 알려진대로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부터 웨스트민스터의 중앙정계로 진출했고 노동당 정권 기간 재무장관 10년, 총리 3년을 지냈다. 브라운은 퇴임 뒤 발언을 자제해 잊혀진 총리가 되어가고 있었으나, 최근 스코틀랜드의 분리 여론이 고조되자 스코틀랜드 내 ‘영국잔류파’의 결집을 주도하고 나섰다. 노동·보수·자민 3당 지도부를 잇달아 만나 분리 열풍을 잠재울 대책을 논의하고, 분리 반대론자(no-voter)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연설가로 나섰다. “우리가 희생과 공유를 통해 함께 만들어온 것들을 생각해보라, 협소한 민족주의가 우리를 갈라놓게 하지 말라”는 그의 연설은 소셜미디어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브라운은 최근 <나의 스코틀랜드, 우리의 영국>이라는 회고록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브라운은 잉글랜드 의회의 권위를 고집한 1998년 스코틀랜드법을 폐기하고 자치의회의 권리를 보장해줄 것, 상원을 선출직으로 바꿔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을 통합하는 역할을 맡길 것 등을 제안했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자민당의 닉 클레그 부총리는 스코틀랜드 분리에 반대하는 논리를 펼칠 때 이 책을 교본으로 삼다시피 하고 있다.


브라운은 대중 정치인으로서는 인기가 없었으나 에든버러 대학시절부터 유명한 좌파 이론가였다. 스코틀랜드는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보수당보다 강세를 보인 지역이지만, 특히 옛 산업지대 노동자계급은 노동당 지지도가 높고 영국 잔류를 바라는 여론이 강하다. 브라운은 긴축재정 실시 뒤의 경제적 불만을 ‘스코틀랜드 대 잉글랜드’의 문제로 몰아가는 독립 캠페인에 맞서, ‘영국 안에서 함께 이뤄야 할 것들’로 여론의 프레임을 바꾸면서 노동계급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캐머런 총리는 정치적 패자


가디언은 “1992년 노동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 경제 논의의 프레임을 다시 짠 것도 브라운이었다”며 “주민투표에서 분리안이 부결되면 승자는 브라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시 태어난 브라운이 연합(영국)을 구할까”라며 ‘브라운 효과’를 분석했다.


반면 주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캐머런 총리는 정치적 패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캐머런은 영국의 조지 W 부시”라며, 영국 역사상 가장 형편없는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결정짓는다면 캐머런은 물론이고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현 대표도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가능성이 높다. 주민투표 이틀 뒤부터 두 당은 전당대회를 치르는데, 지도부에 대한 질타가 빗발칠 게 뻔하다. 


스코틀랜드 독립안이 부결된다 해도, 자치정부를 달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자치권을 내준 점을 문제삼아 당내 보수파들이 공격해올 가능성이 크다. 보수 언론들은 애당초 2012년 캐머런이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실시에 합의를 해준 것이 문제라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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