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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마저 난민들에게 문 닫나... 극우파 부상으로 시험대 오른 스웨덴의 이주·난민정책

딸기21 2014. 9. 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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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톨레랑스(관용)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4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이주자 유입 제한을 주장해온 극우파 스웨덴민주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거두자, AFP통신은 15일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스웨덴이 이민자들에게 차가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중도우파 정권의 복지 해체와 민영화에 지친 시민들 다수가 좌파를 선택했지만 ‘지나치게 관대한 이민정책’을 고쳐야 한다며 극우파에 표를 던진 사람이 13%에 이르렀다. “이민자 수의 90%를 줄이자”고 주장해온 스웨덴민주당은 이런 표심에 기대 의회 진출 4년만에 제3당으로 부상했다. 스웨덴민주당의 의석은 전체 349석 중 기존 20석에서 2배 이상으로 늘어난 47석에 이른다.


이민법원에 이민항소법원까지 둔 스웨덴


스웨덴의 이주·망명정책은 세계 어느나라보다도 관대했다. 스웨덴 정부 산하 이주위원회는 웹사이트에 “스웨덴은 국제사회의 난민 보호 책임을 나눠가져야 하며, 다른 곳에서 피난처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스웨덴에 정착할 수 있게 해 보호처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주위원회는 이주자·난민 등의 거주신청과 시민권 신청을 심사하며, 여기서 거부당한 신청자는 스톡홀름과 말뫼 등 4곳에 있는 이민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이민법원에서 거부당하면 이민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보호도 엄격하다. 2008년 12월 시행에 들어간 이주노동자 고용규정은 기업주들이 유럽 밖에서 노동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스웨덴의 모든 노동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런 개방적인 정책의 결과, 국외에서 출생했거나 외국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이주민이 현재 스웨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핀란드·독일·덴마크 등 주변국 출신들이 많긴 하지만 이라크와 이란, 소말리아 출신들도 각기 4만~6만여명 규모의 이주자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옛 유고연방 시절 건너온 이민자들과 유고연방 해체 뒤 형성된 나라들에서 옮겨온 이들도 총 15만명이 넘는다.


시리아 난민들에겐 '영구 거주 지위'... 최근 난민 물결


근래에는 중동의 혼란으로 인한 이민자들이 늘었다. 지난해 9월 스웨덴 이민국은 스웨덴으로의 망명을 원하는 시리아 난민들을 모두 받아들이고 이들이 가족과 함께 살수 있는 영구 거주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올들어서만 시리아 등에서 8만명이 들어와, 1990년대 유고연방 붕괴 이래 최대의 난민 입국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의 이웃나라들은 스웨덴의 관대한 정책에 눈총을 보내곤 했다. 스웨덴을 통과한 이주민·난민들이 유럽 전체로 퍼진다는 것이다. 반면 스웨덴 정부는 유럽국들이 난민보호 책임을 회피한 탓에 자신들이 불균형하게 큰 짐을 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주자들에게 거처를 내주는 데에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 있었고, 핍박받는 이들에게 가장 너그러운 나라라는 자부심도 컸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스웨덴 안에서부터 이런 합의가 깨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싱크탱크 아레나의 하칸 벵손 소장은 AFP에 “이주민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이 커진만큼 더욱 다문화적이고 관용적인 사회가 됐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의 결과는 그 반대였다”며 “스웨덴은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사민당마저 '우경화', 난민들에 문 닫나


총선결과가 발표되자 15일 스톡홀름 중심가에는 6000여명이 모여 “인종주의 반대”, “인종주의자가 설 자리는 없다”고 외치는 등 극우파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고 더로칼 등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반이민 정서가 표로 드러난 이상, 개방적인 이민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해보인다. 


지금까지 스웨덴사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에서 이민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하지만 실업률이 8%를 웃돌자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데 따른 비용이 너무 크다’는 논리가 급격히 퍼지기 시작했다. 스웨덴민주당의 한 후보는 이번 총선 때 “정부가 노인 요양홈을 빼앗아 난민들에게 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영화에 따른 복지 축소를 난민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번에 극우파에 투표한 유권자들 대부분은 저소득층과 실업자들, 그리고 쇠락한 옛 산업지대 주민들이었다.

 

이민·난민정책의 틀을 만들었던 사민당조차 우경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스테판 뢰펜 사민당 대표는 공산주의 정당인 좌파당을 연정파트너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집권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좌파당 배제 방침부터 밝힌 데 대해 스웨덴 내에서는 중도좌파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과, ‘정치적 실수’라는 분석이 함께 나오고 있다. 


뢰펜이 좌파당 대신 과거 우파연정에 합류했던 중도우파 정당들과 손잡을 경우, 난민을 향해 열려있던 문은 빠르게 닫혀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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