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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엎질렀다가 60조원 물게 된 BP  

딸기21 2014. 9. 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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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에너지회사 BP가 2010년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킨 대가로 최대 6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물게 됐다. 미국 법원은 BP가 해저유정 시추작업을 하면서 안전보다 이익을 중시, ‘총체적 태만’을 저질렀다며 거액의 벌금을 추가로 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사상 최대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하는 판결이 나오자 미국 언론들은 “환경 법의 역사에 이정표가 되는 재판”이라고 환영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지방법원은 4일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BP가 “작업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무시하는 등 총체적 태만(grossly negligent)을 저질렀다”고 판결했다. 2010년 4월 BP의 멕시코만 유정 시추작업을 하던 ‘딥워터 호라이즌’ 시추선이 폭발하면서 11명이 숨지고 막대한 양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나왔다. 이 사고로 멕시코만 해역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어업이 중단됐으며 기름 방제와 시추공을 봉쇄하는 데에만 5개월여가 소요됐다. 

 

BP는 이 사고가 순전히 자신들의 책임만은 아니며 시추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미국 회사 핼리버튼과 트랜스오션 등이 공동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BP에 광범위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을 맡은 칼 바비어 판사는 BP가 67%, 트랜스오션이 30%, 핼리버튼이 3%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BP의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 관련 일지


2010.2.15 멕시코만 유정에서 기름 유출 시작

     4.19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유출지역에 비상사태 선포

     4.20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11명 사망

     6.1  미 법무부, BP 상대 민·형사재판 절차 개시 발표

     6.16 BP, 200억달러 규모 피해보상 기금조성 계획 발표



2012.11.15 BP, 형사재판 관련 45억달러 지불 합의

2014.9.4 뉴올리언스 지방법원, BP의 “포괄적 부주의” 인정 판결


바비어 판사는 153쪽에 이르는 판결문에서 멕시코만 사고가 “유정의 안전보다는 시간과 돈을 절약하겠다는 욕심을 우선시한 결과”였다며 시추선 폭발 40분 전에 현장 기술자들이 텍사스주 휴스턴의 BP 본부와 했던 통화 내용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BP 측은 압력테스트 결과 폭발 위험성이 높아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심지어 통화 내용을 BP 자체 조사에서 숨긴 의혹까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청정수질법에 따르면 단순 태만이 아닌 ‘총체적 태만’일 경우 벌금이 4배로 뛰어오른다. 이렇게 되면 BP는 최대 180억달러를 더 내야 한다. 정확한 기름 유출량과 벌금 액수는 내년 1월 시작되는 2차 재판에서 결정된다. BP는 사고 뒤 245만배럴의 원유가 새나왔다고 발표했으나 미국 정부 전문가들은 490만배럴 가까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릭 홀더 연방법무장관은 “법원은 BP가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환영했다. 큰 피해를 입은 멕시코만 주민들도 환호를 보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환경법에 이정표를 세운 판결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BP는 “동의할 수 없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금까지 BP가 사고수습과 피해보상 등에 썼거나 지불하기로 합의한 금액은 430억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최대 180억달러의 추가 벌금을 합치면 BP는 총 610억달러(약 62조5000억원)를 쓰는 셈이 된다. 이 사고와 관련해 지금까지 제기된 소송만 해도 36개국에서 94만7000건이 넘는다.

 

판결과 동시에 BP의 주가는 6%나 떨어졌다.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유전이 러시아에 넘어가는 바람에 최근 원유 확보량의 10%를 잃었다. 여기에 멕시코만 사고 벌금까지 겹쳐, BP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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