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아사히신문, 박대통령 ‘7시간 미스터리’ 보도한 산케이 기자 조사 정면비판  

딸기21 2014. 9. 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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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력지인 아사히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발행 후 7시간 미스터리’를 다룬 산케이신문 보도와 관련, 한국 정부의 산케이 기자 수사를 정면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아사히신문은 “박근혜 정권, 보도에 대한 압박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3일자 사설에서 “한국에서는 지금, 마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며 산케이 서울 지국장이 쓴 기사를 둘러싼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비판했다. 


아사히는 박 대통령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며 시민단체가 산케이 서울 지국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이에 응하는 형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을 소개한 뒤 “정권의 의도에 맞지 않는 내용을 쓴 기자를 압박하는 듯한 행위”이며 “권력 남용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검찰이 이대로 기소 절차를 밟는다면 국제사회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커다란 의문부호를 찍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박 정권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래는 아사히신문 한글판 웹사이트(http://asahikorean.com/)에 실린 사설 전문이다.


“박근혜 정권, 보도에 대한 압박 용납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지금, 마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 서울 지국장이 쓴 기사를 둘러싸고, 서울중앙지검이 두 차례에 걸쳐 지국장을 사정청취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면서 시민단체가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에 응하는 형태로 검찰이 출두를 요청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까지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이 권력을 잡은 뒤 오랫동안 독재정권이 이어졌다. 당시는 언론탄압이 반복됐고 아사히신문 서울 지국도 폐쇄 상황에 내몰린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민주화를 선언한 지도 사반세기 이상이나 지났다. 정권의 의도에 맞지 않는 내용을 쓴 기자를 압박하는 듯한 행위에 대해 권력 남용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검찰이 이대로 기소 절차를 밟는다면 국제사회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커다란 의문부호를 찍을 것이다. 최대한 존중해야 할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박 정권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문제의 기사는 8월 3일 자 산케이신문 웹사이트에 게재됐다. 4월 여객선 침몰사고가 일어났던 당일, 박 대통령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사이에 남성과 만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기사에서는 담고 있다. 기사는 한국 신문의 칼럼이나 증권가에서 떠도는 정보를 근거로 쓴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민사, 형사상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표명했고 그 뒤, 검찰 당국이 청취를 위해 움직인 것이다. 독특한 유교의식이 남아 있는 나라이니만큼 여성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산케이신문의 과거 기사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모욕과 혐한(嫌韓) 감정을 부채질하는 듯한 보도가 많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산케이신문 도쿄 편집국장은 이번 기사에 대해 “대통령을 중상비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코멘트를 발표했다. 풍문을 안이하게 기사에 담은 산케이신문의 보도 자세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당국이 기자를 출두시켜 조사한다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절차를 밟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세계 선진국의 상식에서 볼 때 공권력에 의한 위압일 뿐이다

박 정권은 발족 이후, 대통령과 그 주변의 폐쇄적인 체질에 대해 지적받아왔다. 이번에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을 사정청취한 것은 한국 내의 언론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획득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의 목숨이 희생됐다. 그 소중한 가치를,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제재하는 등의 행위로 잃어서야 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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