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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자유낙하 중' 미국 외교정책 실패에 비난 봇물

딸기21 2014. 9.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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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드는 주요 국제뉴스에서 ‘미국이 사라졌다.’ 시리아·이라크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준동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 심상찮은 국면으로 향하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재앙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너무 신중하기만 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자유낙하하고 있다’는 의회의 비아냥에서부터 ‘미국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는 중동 언론들의 비판까지, 오바마를 향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오바마 "시리아 전략이 없다" 고백에 공화당 '폭풍 공세'


오바마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IS 공습계획과 관련해 “말보다 마차가 앞서게 할수는 없다”며 “아직 전략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발언 뒤 공화당은 폭풍 공세를 쏟아냈다.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바마의 외교전략이 ‘자유낙하’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러시아 문제, 이란·북한 핵문제 등 모든 면에서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실패했다고 공격했다. 오바마는 오는 4일 영국 웨일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리아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로저스는 미국의 이런 대응이 “너무 미약하고 너무 늦었다”고 성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라크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한 질의를 듣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지난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 때부터 시리아 공습을 주장해온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IS를 물리칠 군사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케인은 31일 CBS방송에 출연해 “중동과 우크라이나 분쟁을 대하는 오바마의 태도는, 이 이슈들에 압도를 당했거나 회피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조차 비슷한 비판들이 나왔다. 상원 정보위원장 다이앤 페인스타인 의원은 NBC방송에 출연해 “오바마가 IS를 단호하게 다루지 않았다”면서 ‘지나치게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원 외교관계위원장인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직접적인 침략”이라는 말을 썼다. 지금까지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에 대해 ‘침략’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애써 피해왔는데, 민주당 내에서 결국 이 표현이 나온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는 “오바마는 자기 이미지를 훼손하기 싫어서 미국이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무질서 속에 몽땅 내던져두는 것”

레바논 일간 데일리스타는 “오바마는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했지만, 아사드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뒤에도 응징을 하지 않았다”면서 “오바마는 또 분파주의 정치인인 누리 알 말리키(전 총리)에게 계속 이라크를 맡겨뒀다”며 시리아·이라크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실패를 비판했다. 베이루트 아메리카대의 제임스 골드가이어 학장은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무질서 속에 몽땅 내던져두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방송도 궁지에 몰린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을 지적하는 기사를 웹사이트에 실었다.

문제는 아무리 오바마를 공격한들, IS 문제나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딱히 해법을 찾을 수도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오바마가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시리아 공습만 해도, 미국 내 반대여론이 워낙 높았던 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기 힘든 사안이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서방이 러시아에 공동대응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사실이 수 차례에 걸친 러시아 제재안 논의과정에서 드러났다. 

영국 BBC방송의 앤서니 저커 에디터는 “진실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큰 실책을 저지르는 일”이라며 ‘시리아 전략이 없다’는 오바마의 말이 바로 그런 예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는 동맹국들이 함께 나서야만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30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단독 공습하는 것으로는 적을 격퇴하기 어렵다"며 "훨씬 더 전면적인 국제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동맹국들에게 연합전선 구축을 촉구한 것이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이 이라크, 시리아 사태에 적극 개입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조차 나서지 않는데... 동맹국들이 나설까

이미 이라크에 1150명 정도 미군이 들어가 있고, 미군이 이라크 북서부를 공습하고 있다. 시리아 내 IS 시설들을 공습하는 것도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는 미군의 직접 개입을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하며, 최소한 미국이 다시 전쟁에 뛰어든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군사개입이라는 빈 칸을 누군가 다른 나라가 메워줘야 한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IS 공격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고, 영국과 호주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회의에 IS 문제를 공식 의제로 올릴 계획인데,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나 힘을 모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IS를 옹호하는 진영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직접 나서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일으킨 10년간의 대테러전으로 인한 피로감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놓고도 대러시아 '공동전선' 균열

우크라이나 문제도 미국은 나토에서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똑부러진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30일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군사개입을 당장 그만두라며 일주일의 시한을 줬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욱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튿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국가 지위’를 논의해야 한다며 마치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시키는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러시아 제재를 놓고 서방 각국은 지금 서로들 계산이 다르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 3월 이미 나토 병력 1만 명을 폴란드에 영구 주둔시키자고 나토에 요청했다. 그러나 앙켈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이를 일축했다.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폴란드 같은 동유럽 국가들과, 서유럽 국가들은 생각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모든 문제가 풀리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에서든 시리아나 이라크에서든, 민간인 피해가 커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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