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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여성 인권운동가, ‘국왕모독’ 혐의로 체포  

딸기21 2014. 8. 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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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의 소국 바레인의 유명 인권운동가가 ‘국왕 모독’ 혐의로 체포됐다.

 

알자지라방송은 바레인의 여성 인권운동가 마리얌 알 하와자가 덴마크 체류 뒤 귀국했다가 30일 수도 마나마의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하와자는 ‘원티드 포 저스티스(Wanted For Justice)’라는 운동을 주도하면서 바레인 당국의 인권침해를 고발해왔다. 하와자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국왕 모독과 경찰 관리들에 대한 공격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하와자의 아버지는 역시 인권운동가인 압둘하디 알 하와자로, 바레인 시아파 무슬림들 사이에 명성을 얻어온 인물이다. 하와자의 가족은 시리아에서 살다가 바레인으로 이주했으나 1980년대 중반 왕실의 탄압을 피해 덴마크로 망명했다. 2001년에야 입국허가를 받아 다시 바레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압둘하디는 2011년 바레인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뒤 체포돼 군사법원에서 ‘테러 조직을 만들고 선동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지금도 그는 옥중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바레인의 여성 인권운동가 마리얌 알 하와자. 하와자는 덴마크에 머물다 바레인에 돌아갔으나 30일 귀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국왕 모독’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사진 트위터 Twitter/Maryam al-Khawaja


바레인대학을 졸업한 하와자는 미국에서 유학한 뒤 2010년 귀국했으며, 아버지에 이어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하와자는 걸프인권센터라는 인권단체를 이끌고 있으며, 당국의 탄압을 피해 최근에는 주로 덴마크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왔다. 그가 왜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와자 측은 체포 뒤 “일주일 동안 구금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으며 변호사 접견도 허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와자의 여동생도 체포됐다가 지난 29일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바레인 당국은 하와자 구금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바레인은 면적 760㎢의 작은 섬나라로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 있다. 130만명에 이르는 인구의 70%는 이슬람 시아파인데 지배층은 수니파다. 하마드 국왕과 칼리파 총리 등 왕실은 이란의 영향을 받는 시아파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 당시 마나마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자 경찰이 발포,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사우디아라비아가 군대를 파병,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걸프로 이어지지 않게 차단했다. 바레인은 미 해군 5함대의 기지를 둔 나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국도 바레인의 시아파 탄압을 묵인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바레인 정부는 2011년 시위 유혈진압 진상규명 요구를 받아들여 독립적인 기구의 조사를 허용한다고 밝혔으며, 당시 진압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경찰의 인권침해와 권력남용을 막기 위해 경찰서에 카메라를 설치할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하지만 현 국왕의 삼촌인 칼리파 총리가 1971년 독립 이래 지금까지 43년 동안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진정한 개혁이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비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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