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인도, 리우 예수상 5배 높이 동상 세운다  

딸기21 2014. 7. 11. 17:09
728x90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인도 신임 정부가 간디도, 네루도 아닌 ‘제3의 건국 영웅’을 기리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조각상을 짓기로 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유명한 예수상보다 더 높게 지어질 이 조각상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인도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340억 들여, 모디 고향 구자라트에 세계 최고 높이 동상

 

전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발표한 연방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발라바이 파텔의 동상을 세우는 데에 20억루피(약 34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통합의 상’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질 동상은 높이 182m로 리우의 예수상(38m)의 5배 가까이 된다. 동상이 건립되는 곳은 모디가 주 총리를 지낸 구자라트주 나라마다 강변으로 정해졌다. 모디는 주 총리이던 지난해 10월부터 이 동상 건립을 시작했고, 연방정부의 총리가 되자 연방예산 투입을 결정했다.



발라바이 파텔은 1875년 구자라트에서 태어났다. 자와할랄 네루와 함께 현대 인도 건국의 영웅들 중 한 명이며, 모디 집권으로 야당이 된 국민회의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독립투사이자 사회운동가였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보통 ‘사르다르(수장)’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영국에 맞선 독립투쟁을 하면서 무력사용까지 주장, ‘인도의 철인’ 혹은 ‘인도의 비스마르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사 출신인 그는 초대 내무장관과 부총리를 지내는 동안에는 독립 와중에 생겨난 펀자브와 델리 등지의 난민들을 보살피고 사회를 통합하는 데 주력했다. 


발라바이 파텔 인도 초대 부총리. 사진 위키피디아


모디 정부가 파텔 동상을 추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의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지금은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회의 지지층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존중의 뜻’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명실상부 ‘건국의 아버지’이자 파텔 부총리를 이끌고 인도 초대 총리를 지낸 네루가 아닌 파텔을 내세운다는 것은, 네루-간디 가문의 정치적 위상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루 대신 파텔 부각시켜, '정치왕조' 위상 낮추려는 의도도


파텔은 부총리였음에도, 지난해 모디는 동상건립을 추진하면서 “파텔이 초대 총리가 아니었다면 이 나라의 운명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국민의회는 “모디는 먼저 역사책부터 읽으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모디가 네루를 지우고서 같은 구자라트 출신인 파텔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말실수를 저질렀다는 얘기가 나왔다.

 

모디 정부는 이 조각상이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조각상 하나 세우려고 거액을 투입한다는 데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2012년 말 ‘버스 집단성폭행’을 비롯한 잇단 성폭력 사건으로 치안부재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여성안전 예산에는 겨우 15억루피가 배정됐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