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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학살, 유엔 안보리 ‘20년만의 사과’

딸기21 2014. 4. 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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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서 제노사이드(종족말살)가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행동에 나서길 거부했다. 100만명 이상이 학살당하는 데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16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 촛불이 켜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대표들은 이날 저녁 열린 르완다 제노사이드 20주년 추모식에서 촛불을 켜들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표들은 이날 특별 공개 회의에서 르완다의 교훈을 돌아보며 입을 모아 국제사회의 무책임과 무기력을 자책하고 반성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큰 시선을 모은 것은 유엔 주재 뉴질랜드 대사를 지낸 콜린 키팅의 이례적인 ‘사죄’였다. 르완다 제노사이드가 벌어지던 1994년 4월 안보리 의장을 맡았던 키팅 전 대사가 “대학살을 막지 못한 것”을 사과하는 성명을 내고, 당시 열강들의 ‘학살 방조’를 털어놨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20년 전 르완다 제노사이드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콜린 키팅 전 유엔주재 뉴질랜드 대사가 16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특별 공개회의에 참석해 20년 전 학살당시 유엔의 책임회피를 사과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유엔본부)/AP연합뉴스



키팅 전 대사는 당시 유엔 사무국이 “핵심적인 조언들”을 숨기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유엔 르완다 평화유지임무를 총괄했던 캐나다의 로메오 달레어 사령관이 학살 석 달 전 “제노사이드가 벌어질 가능성을 경고하는 정보들”을 보내왔으나, 안보리에는 그저 “르완다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만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뉴질랜드·나이지리아·체코·스페인·아르헨티나·지부티가 르완다에 유엔 평화유지병력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거부권을 가진 나라들 대부분이 반대했다”고 폭로하면서 “미국과 프랑스도 학살을 막기 위한 개입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키팅은 “그 이후 제노사이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가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맨사 파워 미 대사도 미국이 유엔군 파병을 거부했음을 인정했다. 파워 대사는 르완다 학살 뒤 유엔에 제노사이드를 막기 위한 특별보좌관이 생겼고 반인도범죄를 처벌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세워졌다고 강조했으나, 미국이 ICC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다만 그는 “인류애에 반하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성공적이고 만족스럽다고 할수는 없다”며 “우리는 너무 오래 기다리고, 너무 적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만큼은 모두가 시리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학살에 초점을 맞췄다. 외진-리샤르 가사나 유엔 주재 르완다 대사는 “시리아와 아프리카의 참사들은 유엔이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모든 나라들은 제노사이드를 막고 학살에 맞서 싸운다”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각국이 반인도 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시리아 사태를 풀기 위해 어떻게 의견을 모으고 행동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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