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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가문의 부활? 젭 부시, 차기 대선 출마할까

딸기21 2014. 4. 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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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컬리지스테이션에 있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부시 전 대통령의 집권(1989~1993년)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아들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을 비롯한 부시 일가와 함께 댄 퀘일 부통령,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존 스누누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부시 집안의 정치적 가신 600여명이 일제히 결집했다. 아버지 부시 시절의 인물들뿐 아니라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등 아들 부시의 사람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이 날의 기념식이 ‘부시 가문의 르네상스(부흥)’을 보여주는 것같았다고 전했다. 아버지 부시는 퇴임 뒤에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2차례의 대테러전을 일으키고 미국 재정을 파탄으로 이끈 아들 부시마저 최근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부의 지지도가 떨어진데 따른 반사이익 덕분에 세간의 평가가 반전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H 부시의 차남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였다.


존 엘리스 ‘젭’ 부시(61)

텍사스주 미드랜드 출생.

텍사스대학에서 라틴아메리카학 전공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다 정계 진출

1999.1~2007.1 플로리다 주지사

로마가톨릭, 스페인어 구사


기념식에 앞서 사흘에 걸쳐 기념도서관에서 ‘타운홀 미팅(주민들과의 대화)’ 스타일의 대화 시간을 가진 젭 부시는 작정한 듯 정치적 견해를 쏟아냈다. 오바마 정부의 무능한 외교와 문제 많은 건강보험 개혁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공화당 내의 이전투구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누가 더 보수적인지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최대 관심사는 차기 대선 출마 여부였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 연말까지는 2016년 대선에 출마할지에 대해 결정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진흙탕 싸움을 피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 크고 넓은 비전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며 대선후보에 대한 관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연말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고, 대선까지는 2년도 넘게 남았다. 따라서 젭이 부시 가문의 세 번째 대통령에 도전할지는 알수 없지만 기류가 바뀐 것은 분명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몇달 전만해도 젭 부시가 대선에 나설 것 같지는 않았는데 6일의 발언으로 봐서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아버지 조지 H W 부시(89)

예일대 졸업, 2차 대전 참전

하원의원, 유엔대사, 중앙정보국장

1981.1~1989.1 부통령

1989.1~1993.1 대통령


형 조지 W 부시(67)

예일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졸업

석유개발사업을 하다 정계 진출

1995.1~2000.12 텍사스 주지사

2001.1~2009.1 대통령


특히 아버지 부시가 젭의 출마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백악관에 또 다른 부시는 필요 없다”고 했던 어머니 바버라 여사도 지난달 젭을 가리켜 “이 나라에서 가장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고 말을 바꿨다. 아버지·아들 부시 정부에서 일했던 앤드루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젭 부시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부시 일가의 ‘벗’을 자처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젭이 출마한다면 열성적으로 나설 태세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사실 젭 부시는 2차례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낸 것을 빼면 이렇다할 정치적 경력은 없다. 하지만 공화당 내 어떤 주자들보다도 많은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공화당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랜드 폴 상원의원 등은 비교적 새로운 인물들이다. 그중 크리스티는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지난 1월 민주당 소속 시장을 골탕먹이기 위해 일부러 교통체증을 일으켰다는 ‘브리지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위신이 떨어졌다. 크루즈와 폴은 극보수세력 ‘티파티’의 일원이다. 티파티 진영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반면 젭은 중도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공화당 주지사가 연임을 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고, 주지사시절 인기도 높았다. 석유사업가 출신인 형과 달리 주지사 시절 해안 시추를 제한하는 등 환경보호 정책을 택했고 보건개혁과 교육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텃밭인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젭은 대학에서 라틴아메리카학을 전공했고 스페인어를 할줄 안다. 아버지나 형과 달리 종교도 로마가톨릭이다. 1998년 주지사가 될 때에도 히스패닉 표의 61%, 흑인 표의 14%를 얻어 공화·민주 모두를 놀라게 했다. 6일 인터뷰에서도 젭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으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온정을 호소하며 이민법 개혁을 지지, 공화당 내 보수파와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젭이 출마를 결정한다면 넘어야 할 산 또한 높다. 가문의 후광과 함께 형의 과오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시 측근들의 모임에선 대테러전의 공과에 대한 얘기는 쏙 빠졌지만, 젭이 대선에 나오면 ‘실패한 전쟁’에 대한 비난을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ABC방송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또 한 명의 부시에겐 절대로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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