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우크라이나 소수집단 '타타르 무슬림'의 반러시아 시위

딸기21 2014. 2. 2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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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리미아(크림)반도가 수도 키예프의 뒤를 잇는 ‘핫스팟’으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내 자치공화국인 크리미아는 원래 친러시아 색채가 강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현 임시정부에 반대하는 친러시아 시위가 일어난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반러시아 선봉에 선 것은,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계가 아닌 ‘타타르 무슬림’들이다.

 

지난 26일부터 크리미아의 수도 심페로폴에서는 쫓겨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대통령을 지지하며 현 임시정부에 반대하는 친러시아계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친러시아계 ‘괴한’ 50여명은 27일에는 자치공화국 의회와 정부청사를 점거했다. 친러시아계와 반러시아계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크리미아에서는 지금까지 2명이 숨졌다고 키예프포스트 등은 보도했다.



친러시아계 일각에선 이 참에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로 귀속되는 편이 낫다면서 ‘영토 분리’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반면 반러시아 시위대는 “분리주의자들은 대체 누구인가”라 외치며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반러시아 시위대의 주류는 타타르 무슬림이다.

 

이들은 유라시아 내륙 초원지대에 살던 아시아계 주민들로, 한국어와 비슷한 투르크계 언어를 쓰며 이슬람을 믿는다. 러시아를 비롯한 옛소련권 전역에 흩어져 사는 타타르족 인구는 현재 5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300만명은 러시아내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과 바슈코르토스탄 자치공화국에 살고 있다. 러시아 밖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지에 타타르족 공동체가 있다.

 

크리미아에는 18세기만 해도 65만명 이상의 타타르족이 ‘타타르 칸국’이라는 나라를 이루고 살았다. 하지만 1940년대 스탈린 시절 강제이주를 당하면서 주민이 크게 줄었고, 지금은 7만3000명 정도만 남아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소련과 현 러시아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으며 러시아로의 귀속을 외치는 일부 친러시아계의 주장에 극력 반발하고 있다. 심페로폴의 반러시아 시위에 참가한 네비 사들라예프라는 60세 타타르 남성은 블룸버그통신에 “우크라이나 국민은 피를 흘리며 독재자를 제거했다”면서 “또 다른 독재자가 복귀하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의회 건물을 장악하고 러시아 깃발을 휘두르는 친러시아 시위대에 맞서 우크라이나 깃발을 흔들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크리미아 남단의 세바스토폴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임대해서 흑해함대 기지로 쓰고 있으며, 야누코비치 축출 뒤 함대를 결집시켜 훈련하는 등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웹사이트를 통해 “군 항공기 90대와 탱크 880대가 26일부터 세바스토폴에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의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알렉산더 클리멘트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리미아의 러시아계 주민들은 키예프의 친서방 임시정부에 맞서기 위한 크렘린의 정치 도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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