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한국인 교회 관광객들 납치·테러 피해 왜 많나  

딸기21 2014. 2. 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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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에서 16일 발생한 테러공격으로 숨진 한국인은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여성신자 김홍열씨(64)와 이집트 현지 여행사 ‘블루스카이’ 사장 제진수씨(56), 한국에서 동행한 안내원 김진규씨(35) 3명이며, 이집트인 운전기사 1명도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14명이 다쳐 홍해 부근 샤름알셰이크 국제병원과 누에바병원 등에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로 이동한 나머지 한국인 15명은 터키를 거쳐 18일 오후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지순례차 이집트를 방문한 이들은 시나이반도 북부 타바에 있는 국경초소를 통과해 이스라엘로 넘어가려다 폭발물 공격을 받았다. 이집트 내무부 대변인은 “초동 수사결과 한 남자가 버스 안으로 3걸음쯤 들어갔을 때 폭발이 일어났다”며 자살폭탄 테러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은 시나이반도에서 활동해온 이슬람 무장조직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예루살렘의 지지자들)’가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발표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이번 공격이 한국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시나이반도 내륙에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해 해당 지역을 출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한국인 교회 신자들이 테러공격을 당한 곳은 이집트-이스라엘 성지순례의 대표적인 코스 중 한 곳인 시나이 반도다. 이 곳은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한국 교회 신자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기도 하다. 시민혁명 이후 3년 동안 정정불안이 계속돼 이집트가 ‘관광 한파’를 맞았지만, 시나이에는 한국 교회에서 온 성지순례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테러전이 시작된 이후 지난 10여년간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이슬람권 곳곳이 불안정해졌고, 현지 치안 부재로 납치당하거나 테러공격에 희생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한국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라크에서 피살된 김선일씨, 아프간에 기독교 선교를 하러 갔다가 무더기로 납치됐던 ‘분당 샘물교회 사건’, 이번 시나이 테러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취재하던 KBS 기자가 잠시 무장세력에 억류된 적도 있었고, 지난달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코트라 무역관장이 납치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유독 기독교 선교활동이나 성지순례에 얽힌 납치·테러사건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한국보다 기독교도 비율이 훨씬 높은 미국이나 유럽국 국민들도 이슬람권 정정불안 지역에서 납치·테러 피해를 당하곤 하지만 대부분 구호작업이나 취재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한국의 사례처럼 종교활동과 관련해 공격당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현지 사정을 모른 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시나이 반도는 사막·광야지대이고 대도시와 멀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시나이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부족단위로 옮겨다니는 베두인 유목민들이라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곳”이라며 “특히 이집트의 정정불안이 이어지면서 시나이는 무장세력의 ‘해방구’처럼 돼있었다”고 지적했다. 성지순례객들은 이런 위험을 미리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시나이 반도를 여행제한구역으로 설정했으나 이번 공격을 당한 충북 진천중앙교회 측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정부의 여행제한구역 설정은 ‘강제 여행금지조치’는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

 

중동지역에 사는 한국인들 상당수는 기독교 선교사들이고, 현지 한국인 여행사들은 주로 성지순례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이런 연계구조도 위험지역 여행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올 1~2월 성지순례차 시나이 반도를 방문했거나 방문을 예약한 한국인 성지순례객이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의 한 여행사 사장은 연합뉴스에 “이번 사건은 한국인을 일부러 겨냥한 테러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시나이 반도로 성지순례를 오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고 말했다.

 

위험지역임을 알면서도 선교 목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라크에서 살해된 김선일씨는 선교에 뜻을 두고 미국 민간군사회사의 재하청업체 직원으로 바그다드에 들어갔다. 2007년 샘물교회 신도들 피랍사건도 비슷한 사례였다. 이미 그 전에 아프간 이슬람 유적지에서 한국 교회의 청소년 신자들이 대규모 투어를 해 영국 BBC방송에 보도되는 등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는데, 몇달 지나지 않아 샘물교회 사건이 발생했다. 2010년 리비아에서는 한국 대사관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종교와 관련된 활동으로 추방당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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