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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노보스티 전격 해체... 푸틴 언론통제 가속화

딸기21 2013. 12. 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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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은 유력 국영통신사였던 리아노보스티와 ‘러시아의 소리’ 라디오방송을 해체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크렘린은 유명 방송 진행자 한 명을 새 미디어그룹의 수장으로 임명하고, 앞으로 이 미디어그룹이 리아노보스티를 대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7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됐다. 이 뉴스를 가장 먼저, 가장 비통하게 보도한 것은 해체의 대상인 리아노보스티였다. 리아노보스티 웹사이트에는 9일 크렘린의 결정에 따라 회사가 해체되고 곧 신설될 ‘새 미디어그룹’이 기존의 모든 자산을 가져간다는 보도가 머릿기사로 올라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정에 리아노보스티측은 언론통제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인권활동가들과 언론인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리아노보스티 본사. 사진 RIA Novosti


이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은 이날 아무 예고도 없이 리아노보스티와 ‘러시아의 소리’ 방송을 해체한다는 대통령 포고령을 발표했다. 동시에 ‘로시야 세고드냐’라는 이름의 새 언론사를 만들어, 사라질 두 회사의 자산과 모든 기능을 이관한다고 발표했다. 새 언론사를 이끌 인물로는 방송진행자인 드미트리 키셀료프가 임명됐다.

 

리아노보스티는 1941년 소련이 나치에 맞서 싸우던 시절 소련공산당과 인민회의의 결정으로 만들어진 유서깊은 통신사다. 노보스티통신(APN)을 거쳐 노보스티정보국(IAN)으로, 현재의 리아노보스티로 이름이 바뀌면서 72년에 걸쳐 살아남아 유력언론으로 군림해왔다. 첫 여성 최고경영자인 스베틀라나 미로뉴크가 2004년 취임한 뒤로 리아노보스티는 자율성을 계속 강화해왔고, 러시아투데이 방송과 통신을 함께 운영하면서 ‘정부 소유이지만 거의 독립적인 언론’으로 자리를 굳혔다.

 

바로 그 ‘독립성’에 푸틴은 칼을 들이댔다. 크렘린 비서실장인 세르게이 이바노프는 러시아 언론들과의 회견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 소유 언론사들의 자산을 재정비하고 비용을 절감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언론사의 수장이 될 키셀료프는 국영 로시야24TV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보는 세계의 시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내가 이끌 언론사는 새로운 구조 하에서 좋은 의도를 가지고 러시아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부정적인 일들에 대한 보도를 없애고 친정부·친크렘린 보도를 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키셀료프는 채널1 국영방송 진행자로, 동성애자 등 성적소수자에 대한 극언을 일삼아 악명 높은 인물이다.



리아노보스티는 “이번 결정은 이미 미디어부문이 심각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강도높은 국가적 통제가 이뤄질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가가 모든 소유권을 갖고 있는 이 통신사로선 해체와 재구성 결정에 맞설 방법은 사실상 없다. 유명 언론인 막심 셰브첸코는 트위터에 “반러시아 미디어의 둥지가 파괴됐다”는 글을 올렸다. 반부패·반푸틴 운동을 벌여온 변호사 알렉세이 나발니는 트위터에 “소비에트 시절부터의 강력한 브랜드가 사라졌다”며 리아노보스티의 해체를 개탄했다.

 

일각에선 이달들어 벌어진 우크라이나 시위 사태를 보도하면서 리아노보스티가 친러시아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들을 했던 게 전격적인 해체 결정의 빌미가 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푸틴은 계속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푸틴은 최대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 소유의 가스프롬미디어 사장으로 최측근인 미하일 레신을 임명했다. 그리고 지난달 가스프롬미디어는 언론재벌 블라디미르 포타닌이 갖고 있던 프로프메디아를 사들였다. 리아노보스티 해체를 시발점으로 푸틴의 미디어 장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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