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코앞으로 다가온 후세인 재판

딸기21 2005. 10. 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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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현지시간)부터 이라크 전대통령 사담 후세인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이 열릴 바그다드 시내 그린존(안전지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미군과 이라크군은 후세인 잔당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들의 테러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초긴장 속에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후세인 재판은 이라크가 공포정치의 악몽을 떨치고 새 시대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지만, 종족-종파 갈등을 부추기고 폭력사태를 악화시킬 우려도 크다.


죄목은 `시아파 살해'


23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후세인은 집권 시절 북부 쿠르드족과 남부 시아파 반군들을 대량학살한 것을 비롯해 숱한 반인류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후세인 재판을 이틀 앞둔 17일에도 지난 82년 후세인 군대에 학살돼 남부 사우디아라비아 접경지대에 버려졌던 쿠르드 반군 유해 500구가 북부 쿠르디스탄으로 이장되면서 `눈물의 운구 행렬'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군 점령 뒤 이라크에서는 대량학살 흔적이 속속 발굴돼 후세인 통치의 잔혹상을 드러냈다.

하지만 후세인의 이런 `대표적인' 범죄 사실들은 이번 재판에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법정에 오른 것은 82년 바그다드 북쪽 90km 두자일 마을에서 일어난 시아파 주민 학살사건 뿐이다. 82년 7월8일 현 이라크 정부의 주축인 시아파 정치조직 다와 당(黨)의 무장 반군은 두자일에 매복해 있다가 정부군을 공격했다. 후세인의 비밀경찰은 이후 마을을 수색, 주민 150여명을 처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보도에서 "두자일 마을은 이 학살로 지도에서 사라졌다"고 기록한 바 있다.


뒷감당 못할 일은 묻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라크에서 벌어진 숱한 대량학살 중 작은 부분에 불과하며, 이라크 내에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건에 속한다고 AP는 전했다. 후세인의 공포정치 기간 동안 진행된 사건들은 `증거'를 찾아내 기소하기가 힘들고, 또한 종족-종파간 이해관계가 이리저리 얽혀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가 뒷감당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라크 정부는 일단 `손쉬운' 내용으로 재판을 진행, 적절한 시점에 판결을 내리고 후세인 처리를 끝내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도 후세인 문제가 이라크인들을 계속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AFP통신은 "후세인 재판을 바라보는 이라크인들의 시각은 양분돼 있다"며 재판이 분열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뜨거운 감자’, 후세인 처리


후세인 재판은 2003년 설치된 이라크특별재판소가 맡는다. 90년대 보스니아 내전 전범들은 유엔 산하 구유고연방전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지만 후세인은 국제법정이 아닌 자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유엔 산하 국제법정과 달리 이라크특별재판소는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기소된 사람은 후세인과 측근 7명. 배심원은 없으며, 재판장을 포함한 판사 5명이 판결을 내린다. 후세인은 유죄가 선고될 경우 항소법정에 항소할 수 있다.

이라크 정부측은 두자일 사건 하나만으로도 후세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후세인 잔당들이 남아있고 수니-시아파 간 대립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후세인을 사형시킬 경우 분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후세인 측근들이 주도하는 북부 티크리트 일대 무장세력은 "후세인을 살려준다면 공격을 자제하겠다"고 최근 정부 측에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권단체들은 특별재판소가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16일 보고서를 내 "후세인 재판은 국제법을 충족시키지 못한 재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올초 비슷한 보고서를 내놨었다.


‘미-이라크 커넥션’ 폭로될까


거칠것 없는 후세인이 법정에서 무슨 말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전범재판소 관련 법규는 공개재판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보안 문제 등 때문에 대부분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후세인은 80년대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특사였던 도널드 럼즈펠드 현 국방장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미국의 이라크 지원 내용들이 법정에서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션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후세인 재판은 이라크 역사에서 암흑의 장(章)을 덮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FP는 "후세인 재판은 미국에는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세인 목숨은 측근 입에 달렸다?


이번 재판에서 눈길을 끌만한 가장 유력한 증인은 91년 걸프전 때 외무장관을 지내며 `이라크의 입'으로 맹활약했던 타리크 아지즈 전 부총리다. 그는 90년대 말 이후 후세인의 눈밖에 났고, 사실상 은둔하다시피 했었다는 후문. 타리크 아지즈는 2003년 미군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미군 정보 소식통들은 그가 후세인에 불리한 핵심적인 증언들을 할 것이라고 전했으며 일각에서는 미군이 후세인 재판 뒤 그를 풀어주기로 약조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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