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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분쟁, 이제야 끝났지만....

딸기21 2013. 11. 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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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가려진 내전’,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분쟁이 이제야 끝나게 됐습니다. DR콩고 동부에서 르완다와 부룬디 등 이웃나라들을 넘나들며 내전을 벌이던 반군들이 마침내 정부군에 손을 들었습니다. (왜 '가려진 내전'이라고 했냐면, 아프리카의 여러 내전들 지금은 많이들 끝나고 거의 이 싸움이 최악의 상황으로 남아 있었는데도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그다지 조명을 받지 못했거든요. 이유는...뭘까요?)


동부 북키부, 남키부주 일대를 장악하고 르완다·부룬디와의 국경을 넘나들며 게릴라전을 해오던 ‘M23(3월23일)’ 반군은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 등의 압박에 밀려 5일 “내전을 끝낸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활동해온 동부 중심도시 고마와 국경지대는 정부군이 장악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요새를 지켜왔던 반군 200여명은 정부군에 붙잡히거나 흩어졌습니다. 반군 사령관 술타니 마켕가 등 일부는 국경 너머 르완다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M23 반군. 사진 africanarguments.org


랑베르 멩데 정부 대변인은 “DR콩고의 완전한 승리”라고 환영했습니다. 미 국무부 특사 러셀 페인골드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분쟁이 많았던 이 지역이 올바른 방향으로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AFP통신은 여러 내전세력·반군들과 맞서 싸워온 정부군이 거둔 ‘가장 큰 승리’라고 보도했습니다.


당초 이 분쟁은 DR콩고 내부의 문제가 아닌, 르완다의 종족분쟁 때문에 빚어졌습니다. 1994년 르완다의 '제노사이드'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텐데요. 툿시(예전에 국내에서는 잘못된 발음으로 '투치'라 알려져 있었는데 원래 발음은 '툿시'라고 합니다)족과 후투족 간 극심한 내전이 끝나고 르완다에 툿시 정권이 세워졌지만 후투족 반군이 계속 르완다 정부에 저항을 했습니다. 그러자 르완다 정부는 DR콩고 내에 있는 툿시족을 물밑에서 지원해 자국 내 후투족 반군에 맞서게 합니다.


2008년 DR콩고의 툿시족이 CNDP라는 무장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DR콩고 동부 북키부, 남키부주에 근거지를 두고 국경을 넘나들며 르완다 후투족과 싸움을 벌였습니다. DR콩고 정부군이 반군 진압에 나서면서 내전이 시작됐습니다. 2009년 3월 23일 DR콩고와 르완다 정부가 협상해 반군을 해체하기로 했지만, 반발한 잔당들이 M23을 만들어 다시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고마를 거점 삼아 밀수를 하고 주민들을 핍박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북키부주 룻슈루 등지에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수천~수만명이 숨졌고 지금까지 80만명이 피난을 떠났습니다.


유엔 평화유지군 1만8000여명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의 공세 속에 지난해 11월 남키부주 M23 사령관이 항복하면서 전세가 바뀌었습니다. 아프리카연합과 유엔은 병력을 지원하고 외교적 압력을 가하며 DR콩고 정부를 지원했습니다. 미국은 르완다에 대한 군사원조를 끊으며 M23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압박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정부군이 총공세를 가했고, 반군은 지난 3일 휴전을 요청했습니다. 5일 반군이 손을 들면서 내전은 끝났습니다. ‘터미네이터’라 불렸던 M23 사령관 보스코 은타간다는 이미 지난해말 붙잡혔고 곧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범으로 기소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부의 내전은 한창 자원을 개발하고 경제성장을 추진해온 DR콩고 정부의 가장 큰 두통거리였습니다. 


자이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DR콩고는 1960년 벨기에에서 독립했습니다. 모부투 세세 세코의 30여년 독재로 피폐해졌던 이 나라는 1997년 모부투가 축출된 뒤 거센 내전에 휘말렸습니다. 내전에서 이긴 로랑 카빌라가 그해 집권하고 나라이름을 DR콩고로 바꿨습니다. 2001년 로랑 카빌라는 궁정쿠데타로 피살됐습니다. 당시 상황이 참으로... 희한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버지가 죽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뒤를 이어받은 젊은 아들. 


아무튼 국제 감시 속에 새 헌법이 제정되고 민주선거로 아들 조세프 카빌라가 집권했습니다. 그 때 카빌라가 35세, 선거로 집권한 국가 지도자 중 당시 최연소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카빌라는 나름 능력자... 아버지의 권력을 물려받긴 했으나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대통령이 됐고, 국제사회의 인정도 받았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가운데에 있는 DR콩고는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드넓은 땅에 코발트, 구리, 탄탈룸, 우라늄 등 광물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석유도 나와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들 하지요. 대륙 복판에 그 넓은 땅에 미개발지이니, 아프리카에서도 드물게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던 투자 지역이랄까... 

주요 수출상대인 유럽의 경제가 휘청인 2010~2012년에도 이 나라는 매년 경제가 7%씩 성장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연속 10년간 경제성장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빈곤경감 특별기금을 지원받았고 120억달러의 부채를 탕감받았습니다. 한국도 2005년 상주공관을 두고 DR콩고와의 관계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동부의 내전이 끝났지만 불안요인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유럽 열강들이 제멋대로 국경을 정하는 바람에 이웃나라 종족분쟁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겠지요. 빅토리아호·탕가니카호·말라위호 등 7개의 큰 호수가 모여있는 동아프리카 ‘대호수 지역’에는 DR콩고와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탄자니아 등이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유럽이 갈라놓은 국경보다는 오랜 종족 공동체에 더 충성심을 갖습니다. 드넓은 DR콩고의 수도 킨샤사는 서부 콩고강 유역에 있어, 동부 변경의 분쟁에 대응하기 힘든 처지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부패와 불평등입니다. 킨샤사와 루붐바시 등 주요 도시들은 자원수출 덕에 벼락부자들이 생겨나고, 건설 붐에 흥청거리고 있습니다. 몇해전 킨샤사를 방문한 제 친구 뽀리양의 증언을 들어보니, 가히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를 방불케하는 모양이더군요;; 거리엔 고아와 버려진 아이들 2만명 이상이 구걸하지만 물가는 치솟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의 혜택은 내륙으로는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카빌라 정부가 개혁을 하고는 있다지만 부패는 여전히 심합니다. 특히 최근 이 나라의 효자로 떠오른 것은 휴대전화를 만드는 데 쓰이는 ‘콜탄’인데, 콜탄의 주요 생산지는 반군이 활동하던 동부 지역이라고 합니다. 동부 주민들은 중앙정부를 장악한 주류 반투 부족들이 자원 수출의 이익을 독점한다는 불만을 안고 있습니다. 


더구나 콜탄 같은 광물은 무장력을 가진 토호들이 주민을 노예처럼 동원해 캐내는 일이 다반사라고 하니... 정부가 이들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분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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