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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개입', 리비아는 했는데 시리아는 못 하는 이유

딸기21 2013. 8. 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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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건...

충격적입니다. 


아이들은 항상 모든 분쟁, 내전의 피해자들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이들 시신 수십구가 줄지어 놓여 있는 이번 사건의 사진들만큼 충격적인 것은 별로 못 본 듯합니다. 아이들을 골라서 죽음의 가스를 마시게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출생률 높고 아이들 많은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새벽 시간대에 화학무기를 쓴 탓에, 아이들과 여성들이 많이 숨졌다지요. 



독성물질의 성질을 잘 몰랐던 주민들은 독가스가 퍼지자 지하실로 숨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유독가스가 공기보다 무거워 밑으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어서 희생이 더 커졌다고 현지 의료진은 전했습니다. 30분만 맑은 공기 마시면 회복될 수도 있었다는데... 이슬람 풍습상 하루만에 벌써 매장이 시작됐기 때문에, 피해규모를 완전히 밝히기도 어려울 듯 합니다.


참고로,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된 동영상을 보시려면- 뉴욕타임스 '더 리드'에 잘 모아놨더군요.

(graphical 한 이미지들이 있다는 경고가 있습니다만, 사실 이번 공격으로 숨지거나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은 '피 철철 흘리는' 분쟁현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외상이 없어서, 더욱 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줍니다.)


이제 국제사회가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입니다.


(남의 나라 주권 문제다, 하는 개소리는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목숨보다 우선적인 주권 혹은 국가 혹은 민족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도적 개입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의무입니다.)


미국은 이래저래 욕을 바가지로 먹게 생겼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님, 참 요즘 욕 많이 먹어 배부를 것 같습니다. 이집트 사태에 이어 시리아 문제에서도, 나몰라라 하다가 결국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대 1300명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니까요.


오바마 정부는 21일의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유엔 조사단 조사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가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시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해 수백명이 숨졌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어떤 화학무기 사용도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했네요.


국제 분쟁 '전문가'이자 개입주의자로 변신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분은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서도 오바마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데에 크게 반발했었죠)은 트위터에 “아사드가 '금지선'을 넘었는데도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았으니, 또 화학무기 쓴다 해도 놀랄 것 없겠네"라고 올렸습니다. 

미국은 금지선을 넘을 경우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대로라면 그냥 '빈소리'가 될것 같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시리아와 관련해서 강경론을 펼쳐왔지요. 이 신문은 22일자 사설에서 "미국이 직접 반군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유엔 조사단에 떠넘기지 말고, 화학무기가 정말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직접 확인이라도 하라는 거지요. 더불어 시리아 남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어디 그게 그리 쉬운가요.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이번 사건 이틀 전인 지난 19일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적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지금 시리아 사태에 선택지가 별로 없습니다. 단정지어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인도적 차원의 군사 대응’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군사적 개입'은 공습(지상군 투입까지는 가지 않더라도)을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인데... 이게 힘들다는 것이죠. 


나토 군사적 개입의 대표적인 사례인 1999년의 코소보 공습과 2011년의 리비아 공습을 비교해볼까요.


코소보는 지정학적 화약고에 있는 데다 민족적·종교적으로 몹시 복잡합니다. 동·북쪽에 세르비아, 남쪽에 마케도니아, 서쪽에 알바니아와 몬테네그로가 있습니다.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이 알바니아계를 세르비아계의 폭력에서 보호한다며 폭격을 했습니다. 인구가 밀집한 코소보의 지형적 특징 등으로 인해 숱한 오폭이 벌어졌습니다. 학살을 막기 위한 공습이었지만 공습으로 오히려 4500명 이상 사망한데다, 공습이 반알바니아 세력을 자극해 더 큰 학살로 이어졌습니다. 한마디로 '실패한 개입'이었습니다.


반면 리비아의 경우 사막지대에 인구밀도가 낮고, 카다피군 거점도시들이 리비아 북부의 극도로 제한된 해안선 지역의 몇몇 도시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나토군은 지상군 투입 없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짧은 기간의 공습으로 카다피의 군사력을 파괴했습니다. 카다피 시절의 관료가 일찌감치 반군에 합류, 단일 대오를 만들고 지도자로 나서서 반군을 규합했고요. 반군은 또한 철저하게 세속적인 집단이었습니다. 동부 이집트쪽에서 이슬람 세력이 합류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다행히 알카에다의 무대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보기만 해도 복잡합니다


시리아의 경우, 누가 봐도 첫번째 케이스(코소보 사례)에 가깝습니다. 이라크(그리고 쿠르드족)-터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요르단-레바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복잡한 곳을 찾기도 힘들 겁니다. 지정학적으로 보자면 '건드리고 싶어도 건드리기 힘든 위치'입니다. 고대로부터 인구 밀집 지역인데다 정부군 지역과 반군지역의 구분이 없습니다(리비아의 경우 트리폴리와 서부는 정부군, 벵가지와 동부는 반군 지역으로 확연히 구분됐지요).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폭격을 할 수 없다는 거죠.


이런 조건을 무릅쓰고 나토군이 공습을 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공습을 하기 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으니까요.


직접적인 군사행동이 힘들다면 남은 방법은 '간접적인 개입'입니다. 즉 ‘군사적 개입’이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반군에 알카에다와 극단주의자들이 끼어 들어 '식인 동영상'에 '어린이 처형' 등 온갖 문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미군은 오래 전 알카에다에 내준 견착식 미사일들이 아프가니스탄은 물론이고 체첸 등 곳곳에서 ‘블랙호크 다운’의 무기가 됐던 트라우마를 안고 있습니다(뭐 그래봤자 그 무기들 아프간전에선 막대한 화력 앞에 별 소용도 없었지만;;). 소(小)화기 지원조차 꺼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그동안 미국은 ‘비살상무기 지원’에 한정해왔던 겁니다. 이번 화학무기 공격 전에 등 떼밀린 백악관이 소형 무기라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시리아 사태는 2011년 리비아 내전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습니다. 이미 리비아 공습 직후부터 "Why attack Libya and not Syria?" 하는 물음들이 나온 바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리비아에서는 ‘외부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았던 반면, 시리아에는 개입 여지가 별로 없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열심히 개입해도 얻을 게 없다는 뜻입니다. 


Syria Deeply Asks: Why Did NATO Intervene in Libya, and Not in Syria? 

Obama Succeeded in Libya; He's Failing in Syria 


이런저런 '계산'들, 피할 수 없지만 참 안타까운 계산들 속에 죽어가는 시리아 어린이들...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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