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버려진, 남겨진, 잊혀진

군칸지마(군함도), 체르노빌, 차티엔, 세웰... 세계의 유령도시들

딸기21 2013. 7. 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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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디펜던트' 신문 웹사이트에 눈길 끄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네요.

'세상에서 가장 황폐한 도시'. 구글 스트리트뷰에 잡힌 일본 군칸지마(군함도)의 이미지입니다.



'The most desolate city on earth': Google Street View captures eerie images of Japan’s abandoned Battleship Island


군칸지마는 나가사키 남서쪽에 있는 섬입니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입니다. 이 섬을 1890년에 미쓰비시가 매입해서 바다밑에 있는 해저탄광 채굴기지로 삼고 주변을 매립해, 암벽을 둘러쳤습니다. 그 안에 건물이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치 외관이 군함처럼 보이게 됐기 때문에 생긴 별명입니다. 



그러나 석탄은 고갈됐고, 1974년 1월 채굴이 아예 중단됐습니다. 한때 체류자가 5000명이 넘었던 섬은 폐광과 함께 무인도로 변했습니다. 섬은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지금도 출입이 통제돼 있지만 군칸지마 크루즈 관광상품이 있어서 구경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일제 때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돼 일했던 아픈 역사가 깃든 곳, 하지만 지금은 '배틀 로얄'의 배경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군칸지마랍니다... 


지구상에는 이렇게 버려져 '유령 도시'가 된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입니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체르노빌 사고 25주년이 2011년이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바로 그 해. 

당시 체르노빌을 방문해 찍은 사진들을 보시려면 여기로.


슬프네요. 저 인형들도,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개 한 마리도.




여긴 어떤가요. 칠레의 차티엔이라는 곳입니다. 2008년 5월에 화산이 폭발, 주민들이 다 떠나고 화산재에 덮인 마을만 남았습니다. 9000년만의 첫 폭발이었다고 합니다. 




여기는 칠레의 세웰이란 곳입니다. 이쁘죠? 헌데 여기도 버림받은 유령도시랍니다.

칠레는 광산의 나라로도 유명하지요. 세웰은 해발 2000미터 안데스 고지대에 위치한 광산마을입니다. 1904년 브라덴 구리회사라는 광산기업이 이 곳에서 구리광산을 개발했고 한때는 이 마을에 1만4000명이 거주했답니다. 그런데 1977년 폐광이 되면서 사람들이 모두 떠났습니다.

칠레 정부는 방치된 이 예쁜 마을을 199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관광지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거듭났답니다.



터키의 카야쾨이도 '유령도시'로 유명한 곳 중 하나입니다. 터키는 오늘날의 그리스를 포함한 거대한 오스만투르크제국이었지요. 이 제국이 찢어지면서 그리스가 독립을 했고, 이후에도 두 나라는 앙숙지간입니다.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인 끝에 1923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그리스에 있는 터키인들과 터키에 있는 그리스인들을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카야쾨이는 동방정교를 믿는 그리스계 주민들이 살던 곳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협정에 따라 그리스로 이주해갔는데, 이후 아무도 이 곳에 살러 오지 않아 이렇게 폐허가 됐습니다. 그리스식 가옥들이 들어서있던 오래된 이 마을은 1957년 지진까지 일어나면서 빈집들이 많이 무너지고 지붕들이 날아가 이런 모습이 됐답니다. 유네스코는 전쟁과 화해의 두 모습을 간직한 카야쾨이를 '세계 우정과 평화의 마을'로 지정하기도 했답니다.




숲속의 외딴집. 숲속도 그냥 숲속이 아니고, 브라질 아마존의 밀림입니다. 

이 집을 비롯해 몇 채의 건물이 버려진 채로 남아있습니다. 이 곳의 이름은 '포드란디아(Fordlândia)', 현지식으로 읽으면 '포지란자'. 
포지란자를 만든 것은 미국 포드자동차 회사를 세운 '자동차왕' 헨리 포드입니다. 아마존의 고무를 여기서 채취해 미국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고무채취 공장을 세웠지만, 지리적 여건과 생산비용과 수송비용 등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최악의 선택지로 판명났습니다. 결국 이 곳은 90년간 버려져 있습니다. 브라질 정부가 다른 기업의 투자라도 받아볼까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는군요.


이번엔 프랑스로 가봅니다.



오라두르 쉬르 글란이라는 이 작은 마을은 참혹한 역사를 안고 있습니다. 1944년 6월 10일, 나치 점령군이 레지스탕스 운동세력에 '보복'한다며 이 마을에 살고 있던 642명의 주민들을 모두! 학살했습니다. 훗날 나치 전범재판에서도 드러났듯 '군사적 목적은 전혀 없던' 순전한 민간인 학살이었습니다. 여성들도, 아이들도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참혹한 학살의 유적을 프랑스 정부는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며 나치즘의 잔혹상을 보여주는 증거로 삼고 있습니다.




스페인 중부 사라고사 부근에 있는 벨치테라는 마을입니다.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1937년 9월 7일, 이 곳에서 공화파와 프랑코의 파시스트 세력이 충돌합니다. 격렬한 전투로 마을이 거의 무너지자 주민들은 주변에 새 주거지를 지어 옮겨갔고, 벨치테는 폐허로 남았습니다. <판의 미로>라는 영화에 이 곳이 나온다는데, 영화를 보지 않아 모르겠네요.


유령도시 중에 가장 무서운 곳은 중미에 있는 영국령 가이아나의 존스타운. 

이 곳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사진도 가져오기 싫습니다. 

굳이 알고 싶으신 분들은 Jonestown Guyana 를 구글에서 검색해보세요... 


마지막으로, 코트디부아르의 그랑바쌈. 



여기는 제가 가본 곳입니다. 저 사진도 제가 찍은 것이고요. 프랑스 식민지 정부의 첫 수도였던 곳이고 프랑스인들 주거지였던 곳인데 지금은 쇠락해 서글픈 분위기... 

이렇게 도시도 마을도 생로병사를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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