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스트로스-칸 vs 윤창중

딸기21 2013. 5. 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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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5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소피텔 호텔 방에서 한 남성이 벌거벗은 채, 객실을 청소하러 들어온 여종업원에게 덤벼들었다. 

이 남성은 여종업원을 화장실에 가두고 성폭행을 하려고 했으나, 여종업원이 강하게 저항하자 실패하고 도망쳤다. 문제의 남성은 프랑스인들에게 말 그대로 망신살을 안겨준 국제통화기금(IMF) 당시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54)이었다. 


성범죄 스캔들로 2011년 IMF 총재 자리에서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주미대사관 인턴직원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2년전 벌어진 스트로스-칸의 사건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으로 나돌고 있는 증권가 소식지, 이른바 ‘찌라시’에 적힌 내용이 스트로스-칸 사건과 몹시 유사하기 때문이다. 윤 전 대변인은 숙소 부근 호텔 바에서 여성 인턴과 술을 마신 뒤 자신이 묵고 있던 객실로 불렀고, 속옷 차림으로 이 여성을 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여성 인턴이 짐을 가져가려고 객실에 들어왔을 때 마침 샤워를 하고 나왔기 때문에 속옷차림이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로스-칸이 뉴욕 검찰 조사에서 했던 변명과 거의 비슷하다. 국내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스트로스-칸 사건과의 유사성을 들며 “변명도 표절해서 하느냐”는 등의 비아냥 섞인 댓글들이 올라왔다.


차이가 있다면 스트로스-칸은 미국을 떠나지 못한 채 붙잡혔다는 것이다. 스트로스-칸은 객실에 휴대전화를 비롯한 소지품들도 남겨놓은 채 부랴부랴 호텔을 떠났으며, 뉴욕 JFK 국제공항으로 달려가 프랑스 파리행 에어프랑스 항공기에 올랐다. 

하지만 여종업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공항경비대에 연락했고, 1등석에 타고 있던 스트로스-칸은 비행기 이륙 10분 전 분잡혀 연행됐다. 여종업원은 스트로스-칸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스트로스칸은 성폭행 미수와 불법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뒤에 여성의 진술이 자꾸 바뀌는 바람에 기소가 철회됐지만 스트로스-칸이 과거에도 여성 저널리스트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사실 등이 낱낱이 공개돼 프랑스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성 문제에 유난히 관대한’ 프랑스의 정치문화 자체를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윤 전 대변인은 여성 인턴이 현지 경찰에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무사히’ 귀국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성추행 정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왜곡된 성문화, 특히 툭하면 성추문이 터지는데도 늘 감싸고 물타기만 해온 집권 여당의 행태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윤 전 대변인이 과거 새누리당의 ‘성추행 의원 감싸기’를 비난하며 쓴 글,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리에 대해 쓴 글 등도 다시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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