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석탄 캐는 13세 광부, 인도 경제의 감춰진 치부

딸기21 2013. 5. 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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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소년 사가르 쿠주르는 인도 동부 자르칸드주의 람가르에 있는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다. 삽으로 땅을 파 석탄을 끄집어내어 수숫대로 만든 바구니에 담아 나른다. 땅굴에 들어갈 때도 있고, 노천광에 몸을 거의 파묻고 석탄을 주워올릴 때도 있다. 등뼈가 부러지도록 일해 바구니를 채운 뒤 석탄을 지고 마을에 걸어가 파는 것이 그의 일이다.


자르칸드에는 1만5000개의 탄광이 있는데, 광부 상당수는 아이들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7일 “나이보다 훨씬 체구가 작은 이 아이들은 하루 200루피(약 4000원)를 받으면서 일주일에 엿새를 일한다”며 “이 어린 광부들은 인도 경제의 감춰진 치욕”이라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인도 북동부 메갈라야주의 탄광 어린이들의 실태를 최근 보도했다. 13세의 산자이 체트리는 땅굴이 무너져 산 채로 묻히는 악몽에 시달린다. 체트리가 일하는 탄광에는 사다리 말고는 어떤 시설도 없다. 체트리는 일한 지 7개월밖에 안된 초보인 탓에, 땅굴에 들어서면서 발을 헛디뎌 50m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여덟 남매 중 맏이인 체트리는 2년 정도 학교에 다니다 그만두고 제 발로 탄광에 왔다. 부모는 다른 도시에 일하러 가 사실상 가장인 체트리가 동생들을 굶기지 않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인도의 노천탄광에서 아이들이 흙에 몸을 파묻은 채 일하고 있다. 사진 알자지라 방송 www.aljazeera.com


인도 전역에 불법 탄광이 넘쳐나지만, 특히 아이들이나 겨우 들어가는 열악한 땅굴을 현지인들은 ‘쥐구멍 탄광’이라 부른다. 몸집이 작고 임금도 싼 어린이들을 고용해 가장 원시적인 장비와 방식으로 석탄을 캐내는 것이 탄광주인들에겐 가장 이익이 많은 채굴법이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인도 내 아동노동자는 2800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농업이나 가사노동에 종사하며 일부는 구걸이나 길거리 판매, 의류·실크 제작 등을 한다. 하지만 광산이나 폭죽공장 같은 위험한 일터에서 일하는 아이들도 상당수다. 2000년대 초 국제노동기구(ILO)는 인도 어린이 중 35만명가량이 사실상의 ‘아동 노예’라고 추정했지만 최근 통계는 없다.


인도 정부는 1952년 이미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의 광산노동을 금지시켰으며, 1986년에는 ‘위험작업군’을 지정해 아동노동을 금했다. 지난해에도 15만명이 아동노동 반대 청원을 했고, 정부도 위험직업군 어린이 고용 시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법은 서류에 그칠 뿐이다. 아이들과 함께 광산에서 일하는 샨티 테테라는 여성은 “목숨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먹고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며 “가난을 줄여주지 않으면 아이들 노동을 아무리 금한들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가난 때문이지만, 그것이 용인되는 건 부패 탓이다. 메갈라야의 광산 관리인 쿠마르 수바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에 “아이들이 일하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라며 “죽는 아이들도 늘 생긴다”고 말했다. 수바는 5개 광산에서 130여명을 부리고 있는데, 이 광산들의 주인은 주 의회 의원이다. 이 지역 아동노동실태를 조사하던 한 단체는 지역유지들의 위협으로 조사를 중단했다. 


반면 메갈라야주 지질광업부 차관인 빈도 라농은 “우리 주에는 아동노동 따위는 없다”며 “광업을 규제하면 땅 주인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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