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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아! 내 스승

딸기21 2012. 9. 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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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의이자(意而子, 의지의 선생)가 허유를 만나러 갔습니다.

허유가 말했습니다. "요 임금이 자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던가?"

의이자가 대답했습니다. "요 임금이 제게 말하기를 '너는 반드시 인의를 실천하고 시비를 분명히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네는 무엇 때문에 여길 찾아왔는가? 요 임금이 벌써 자네 이마에 인의로써 먹물을 새겨 넣고 시비로 자네 코를 자르는 형벌을 가했는데, 자네가 어찌 저 자유분방하고 유동성 많은 도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저는 그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

"그럴 수 없네. 눈먼 자는 얼굴의 아름다움이나 수놓은 옷의 색깔과 상관이 없는 것이니까."





37. 의이자가 말했습니다. "미인 무장(無莊)이 그 아름다움을 잊고, 장사 거량이 그 힘을 잊고, 황제(黃帝)가 그 앎을 잊은 것은 모두 용광로 속에서 다시 단련되었기 때문입니다. 조물자가 저의 먹물을 지워 주고, 저의 베어 나간 코를 되살려 저를 온전히 한 다음 선생님을 따를 수 있게 해줄지 누가 알겠습니까?"

허유가 대답했습니다. "아, 그럴지 모르겠군. 내 자네에게 말해 줌세. 내 스승, 아, 내 스승. 스승은 만물을 이루어 놓지만 스스로 의롭다 하지 않고, 만세에 혜택을 베풀지만 특별히 편애하는 일이 없고, 옛날보다 오래되었으나 늙지 않고, 하늘을 덮고 땅을 받들고, 여러 가지 모양을 깎아 내지만 재주를 부리지 않네. 여기가 바로 자네가 노닐어야 할 곳일세."


허유는 요 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제1편 소요유에 허유 이야기가 나온다는데, 이 <장자>를 읽기 시작한 지 벌써 6년 째... 그러다보니 1편은 기억이 가물가물, 도대체 내가 이 책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2010년 가을이로구나. 근 2년이 지나 다시 책장을 펼쳤다. 
공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장자는 대체로 너그러운 것 같다. 의이자(이름이 재미있다)가 '이런 나라도 다시 단련되면 道의 세계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하니 허유는 '글쿤아, 내 스승이 그런 너라면 감동하여 받아들이겠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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